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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꿈꾸는 청춘은 언제나 아련하다

10대의 꿈으로 진화한 KBS 드라마 <드림하이2>

아무리 ‘드림’이 ‘하이’라도 꿈꾸는 자의 발이 땅에 붙어 있지 않다면 흥미가 당기질 않는다. 차갑던 마음이 슬슬 녹기 시작한 건 결코 싱싱하고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떼로 등장하기 때문이 아니다. KBS2TV 드라마 <드림하이2>는 겨울방학, 십대 취향, K-POP 특수를 노린 기획으로, 첫 시즌이 꽤 성공을 거두었다. 지난 <드림하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특화된 예술인을 육성하는 예술학교인 ‘기린예고’를 무대로 학생들이 각자의 재능을 가리고 있던 약점을 극복해가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안경을 쓴 뚱보로 특수분장을 한 아이유가 분장을 벗고 날씬해진다는 설정처럼, 어쨌거나 필드에서 재능을 팔고 있는 연예인이 핸디캡을 연기하는 것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유치하다 아우성을 치던 게 그저 내가 나이든 탓인 줄 알았더니 그사이 회춘했는가. <드림하이2>의 기린예고 아이들의 고민은 분명 전보다 설득력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전 시즌의 기린예고가 원석을 발굴해 세련하는, 기획사와 예술학교의 장점이 합쳐진 완벽한 공간이었다면 이번엔 3년 사이 ‘구린 예고’라 불릴 정도로 퇴락한 기린예고를 대형 기획사가 인수하며 시작된다. 소속 연예인의 활동을 상업적 원칙에 의해 통제하는 이사장은 기린예고의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는다. (학교에 선발될 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내심 안심하던 기린예고 아이들은 현업으로 뛰고 있는 프로 연예인 전학생과 섞이며 직접적으로 비교당한다. 아직 팔 수도 없고 아무도 사가지 않는 재능에 대해 실감하는 아이들에겐 언젠가 자신을 알아봐줄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막연한 꿈속으로 도망칠 시간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연예인 전학생들은 반대로 훈련을 거듭해 다듬어진 재능에 대한 의심과 한계를 고민한다. 전학생들은 분명 상당한 성공을 거둔 직업인이지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의 괴리, 언제 떨어져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방향이 다를 뿐 재능에 대한 불안과 회의를 마주해야 하는 열아홉살의 아이들. 심지어 여주인공인 신해성(강소라)은 목사인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린예고에 입학해 연예계에 대한 선망과 가수의 꿈을 키웠으나 3학년이 되어서야 성적 우수 특별전형으로 합격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재능 자체를 부정당한 것이다. 당당히 실기시험을 통과했다고 믿었던 소라는 울먹인다. “저 성적 장학생 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요.”

사람은 주제파악과 성실한 노력만으로 살 수 없단 걸 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분수에 맞지 않는 기대를 품었다 접기를 반복하고 꿈과 희망을 실패의 도피처로 삼는 건 드라마 속 인생이나 밖의 인생이나 매한가지더라. 차이가 있다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품은 꿈은 대개 실현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 정도일까. 신해성의 꿈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재능을 만나 뭐든 성취를 이루겠지. 다른 재능을 찾아도 아마 재능의 유무만으로 안심할 수도 없고 만족하지도 못하는 열아홉 청춘은 계속될 거다. 그 시절이야 무지하게 까마득하지만 재능을 공인받고 싶은 열망, 나보다 나은 사람을 향한 질투, 기준으로 삼은 재능에 못 미치는 자신을 책망하고 의심하는 마음으로 어쩔 줄 모르던 때의 감각만큼은 어제처럼 생생하다. <드림하이2>가 들뜬 만큼 추락하고 다시 튀어 오르기를 반복하는 십대의 감정선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떫은 맛의 팥으로 시작한 아이들이 모두 된장이 되는 결말을 보여준대도 크게 속은 기분이 들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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