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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고문도 폭력도 딱 이만큼

<마더스 데이> Mother’s Day (2010)

감독 대런 린 보스먼 상영시간 108분 화면포맷 185:1 / 음성포맷 DD 5.1 자막 독일어 / 출시사 키노웰트 Kinowelt 화질 ★★★★ / 음질 ★★★★ / 부록 ★★

찰스 카우프먼 감독이 1980년에 만든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오리지널 영화는 또라이 형제가 엄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여자를 잡아와서 고문하고 강간하는 내용이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큼 대단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영화를 지배하는 불쾌한 정서와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무서운 엄마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는지, 고문 행각에 혹했는지 <쏘우> 2, 3, 4편을 만든 대런 린 보우즈먼 감독이 21세기 버전으로 새롭게 손질했다. 영화 스타일과 감독의 전력을 보면 제대로 만난 셈이다.

<마더스 데이>는 원작의 이야기에서 설정이 조금 바뀌었다. 이번엔 강제 납치가 아니라 침입이며, 캐릭터도 원작에 비해 정상적으로 보인다. 물론 겉보기에 그렇다는 얘기지, 하는 짓은 여전히 사이코다. 베스 부부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벌인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불청객이 찾아든다. 은행 강도 행각을 벌이며 도주하던 세 강도가 베스의 집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이들이 이곳으로 온 이유가 황당하다. 원래 이 집은 강도들이 살던 곳인데, 빚 때문에 집이 넘어가버린 것이다. 집에서 살던 모녀는 강도 짓하기에 바쁜 아들과 연락이 안되면서 경매에 넘어간 걸 알릴 수 없었던 것. 결국 베스 부부와 친구들은 인질이 되고, 얼마 뒤 엄마와 딸이 도착한다. 이들은 인질에게 협조를 구하며, 곧 떠날 것임을 약속하나 예상치 못한 일로 피범벅 살육이 벌어진다. <마더스 데이>에서 사이코 가족의 조합은 흥미롭다. 이들 가족 구성원은 총 5명이다. 가장인 엄마와 세 아들, 그리고 딸이 하나다. 자식을 어떻게 키웠는지, 강도 행각을 일삼는 놈들이 엄마가 곁에 있으면 고양이 앞에 쥐나 다름없다. 끈끈한 가족간의 사랑도 크지만, 엄마에 대한 공포가 앞선다. 놀랍게도 이들은 진짜 가족이 아니다. 불임인 엄마가 병원에서 신생아를 훔쳐다 키워 지금의 가족이 되었다. 자식에 대한 집착과 광기가 만들어낸 끔찍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엄마의 교육방식도 남달라, 못된 짓을 할 때 어찌해야 안전할지를 가르칠 정도다.

<마더스 데이>는 사이코 가족이 광폭하게 휘두르는 폭력 행위가 중심이 아니다. 파티를 즐기다 졸지에 인질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꽤 비중있게 그려진다. 영화 초반 훈훈했던 절친들은 추악한 비밀도 있고,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극한 상황에 놓이자 엉뚱한 행동을 벌이며 화를 자초한다. 압권은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이다. 엄마도 사이코지만, 진짜 나쁜 여자는 따로 있었던 것. 역시 사람의 속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마더스 데이>란 제목에 걸맞게 엄마 캐릭터는 영화의 절반이다. 멀쩡하게 보이면서도 은밀하게 살기가 드러나야 하고, 조근조근 말을 해도 상대방의 기를 꺾어놓는 강력한 포스가 반드시 요구된다. 레베카 드 모네이는 훌륭하게 이 역할을 소화했다. 그녀는 종잡을 수 없는 미친 엄마를 열정적으로 연기한다. 때론 부드럽게, 때론 연민이 느껴지도록, 때론 치가 떨릴 정도의 광폭함을 드러내며 영화를 장악해나간다.

<마더스 데이>는 흥미진진한 장르영화다. 캐릭터가 분명하게 살아 있고 노골적인 고문 행각은 자제했지만, 서늘한 폭력묘사가 강렬하다. 스토리의 짜임새도 원작을 능가하며, 조연들이 벌이는 서브플롯의 활용도 적절하게 이루어졌다. 대런 린 보우즈먼은 호러영화로 명성을 얻은 감독답게 장르를 재단하는 솜씨가 제법이다. <쏘우>의 열광적인 팬이라면 고문 쓰나미를 간절하게 원했겠지만, 21세기판 <마더스 데이>는 노골적인 고문이 끼어들면 어울리지 않는다. 딱 이 정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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