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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사진으로 되살린 사물의 시간
남민영 2012-03-29

<로버트 폴리도리 사진전: 포토그래프>

로버트 폴리도리, <Escalier de l Aile Gabriel Chateau de Versailles>, 사진, 1985

기간: 4월30일까지 장소: 10 꼬르소 꼬모 서울 문의: 02-3018-1010

체르노빌에서 베르사유에 이르기까지, 그는 건축물과 공간이 아닌 그 안에 스며든 영혼에 초점을 맞춘다. 올해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연 건축 사진의 거장 로버트 폴리도리가 그렇다.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이 사진작가는 주로 버려진 공간과 역사적인 건축물을 사진에 담는다. 정확히 말하면 공간에 밴 시간의 흔적을 발굴해내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그의 <Versailles> 연작을 들 수 있다. 지속적인 복원 작업을 하고 있는 베르사유를 1985년부터 찍기 시작한 로버트 폴리도리는 조금씩 원형의 모습을 찾아가는 베르사유를 통해 건축물에 깃든 역사적 순간을 포착해낸다. 28년이란 세월 동안 로버트 폴리도리에 의해 사진으로 기록된 베르사유는 단순한 상징물이 아닌 역사와 긴밀히 소통하는 건축물로 새롭게 태어났다. 2009년 그는 이같은 작업을 3권의 사진집으로 출간해 미술을 비롯해 건축계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3권의 사진집에서 보이는 베르사유 복원 과정은 마치 평범한 어느 집의 리모델링 과정을 지켜보는 것처럼 소소한 재미가 있어 즐겁다.

4월30일까지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10 꼬시간르소 꼬모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Versailles> 연작을 포함해 그의 작품 총 53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1986년 원전 사고로 폐허가 된 체르노빌과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뉴올리언스의 황폐한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는 먼지처럼 사라져버렸으나 한 시대에 오롯이 존재했던 인물, 사물의 시간을 건축 사진을 통해 되살린다. 이렇게 되살아난 시간은 사진으로 남아 역사의 지층으로 자리잡는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사진이란 매체가 갖는 기능이나 이같은 작업이 가치와 의미를 갖는 것은 그가 단순히 거대한 역사적 사건에만 파고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락의 시대와 모든 것이 파괴된 현장의 이면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시선, 그리고 역사의 줄기를 이루는 개인의 일상과 문화, 추억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건축물을 통해 살아나는 순간을 그의 사진에서 발견할 수 있다. 로버트 폴리도리의 뷰파인더를 통해 다시 본 건축은 그것이 단지 건축이 아닌 인간과 가장 밀접한 소통을 이루는 삶의 일부분이었음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