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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예술가의 집
장영엽 2012-04-12

<서도호 개인전: 집 속의 집>

서도호, <별똥별-1/5>(Fallen Star-1/5th Scale), 2008~2011, 혼합 매체, 762 x 368.3 x 332.7cm. ⓒ서도호 Do Ho Suh, 2012

일정: 6월3일까지 장소: 삼성미술관 리움 기획전시실 문의: 02-2014-6900

달팽이처럼 집을 업고 다니는 남자가 있다. 그는 한땀한땀 공들여 바느질한, 천으로 만든 집을 짓고 전시가 끝나면 이를 보쌈해 뉴욕, 런던, 도쿄 등 전세계를 돌아다닌다.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이야기다. 그가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머물렀던 공간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이른바 <집 속의 집>이다.

서도호 작가가 천으로 집을 만들고, 그로 인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한채의 집 때문이었다. 서 작가는 어린 시절 성북동의 한옥에서 자랐다. 한국화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부친 서세옥 화백이 1974년 창덕궁 연경당 사랑채를 본떠 지은 건물이었다. 지금 들으면 누구나 부러워할 얘기일지 몰라도, 근대화의 물결 속에 너도나도 경쟁하듯 양옥 건물을 지어올리던 그 시절 서도호 작가가 느꼈던 어떤 이질감이 있었던 것 같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 충돌을 경험한 서 작가의 미국 유학 시절, 유년기에 경험했던 낯선 감정이 다시금 떠올랐고 그는 예술가답게 과거와 현재, 자아와 타자에 대한 생각들을 ‘집’이라는 공간으로 구현해내기 시작했다. 천을 소재로 사용하는 이유는 “쉽게 옮겨다니고 옷처럼 언제든 벗어버릴 수 있는 곳으로서의 집을 형상화”하고 싶어서다.

뉴욕의 스튜디오, 베를린의 집, 서울의 유년 시절 한옥 등 서도호 작가의 개인적인 공간을 구현한 다섯채의 설치작품이 한자리에 모인 건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서 작가의 지난 10년을 정리하는 의미이기도 한 <집 속의 집> 개인전은 작가의 사적인 영역을 엿본다는 은밀한 호기심과 다국적인 문화적 요소들이 빚어내는 충돌의 에너지가 맞물리는 전시다. 이러한 개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별똥별 1/5>일 것이다. 서 작가의 뉴잉글랜드 아파트 모퉁이에 한옥이 날아와 박혔다는 재미있는 설정의 이 설치물은 국적과 공간이 충돌하고 마침내 하나의 다른 건물로 거듭나는 경계 너머의 작품이다. 아파트 내부의 옷과 그릇, 책상과 부엌을 세밀하게 재현한 디테일에선 마치 인형의 집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한옥의 작은 문을 마치 수면에 반사된 것처럼 대칭 구조로 제작한 전시실 입구의 <투영>,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출품작이자 13m의 3층 뉴욕 타운하우스를 그대로 구현한 <청사진>, 성북동 한옥의 정교한 본채를 재현한 <서울 집/서울 집>(Seoul Home/Seoul Home)도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