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영화 판.판.판
[충무로 도가니] 그들의 무리한 요구

공동제작의 고충을 한탄함

요즘 ‘공동제작’에 관한 고충을 이야기하는 후배들이 많아졌다. 공동제작은 이미 할리우드에서는 오래전부터 시작된 흐름이다. 한국에서도 수많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 <완득이> <도가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최종병기 활> 등 근래 흥행한 영화들 중에도 공동제작이 아닌 작품을 찾아보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다양한 방면에서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제작자들이 서로 힘을 합쳐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문제가 될 리 없다. 시나리오 개발능력과 감독 선별안이 있는 프로듀서, 그리고 파이낸싱과 캐스팅, 프로덕션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프로듀서가 만난다면 그보다 합리적인 파트너십도 없다. 하지만 후배들이 말한 공동제작은 그런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너지를 기대하기보다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분을 나눠줄 수밖에 없는 공동제작이다.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한 후배는 투자사에 개발비 투자를 의뢰했다. 투자사는 1억원 정도를 쏴주는 조건으로 공동제작을 요구했다. 시나리오를 함께 수정하고, 모니터링도 하겠다며 내건 공동제작이다. 또 다른 후배는 A급 배우를 캐스팅하려 했다. 배우의 매니지먼트사도 공동제작에 크레딧을 달라고 했다. 후배의 아이템에 발을 걸쳐 이름을 올리려는 중견 제작자들도 더러 있다. 유명 감독과 계약을 하려다가 공동제작을 요구받은 후배도 있다. 그 감독이 이미 한 투자사와 장기계약을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좋은 감독을 잡아둔 투자사에는 그만큼 업계에서 소문난 시나리오가 제 발로 걸어들어오는 셈이다. 신인 프로듀서들은 지명도도 없고, 좋은 감독과 일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그저 영화만 제작된다면 자신의 조건이나 역할에 연연하지 않고 중견 제작자나 투자사에 모든 걸 맡겨버릴 수밖에 없다.

공동제작을 요구하는 쪽도 나름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프로듀서에게 무작정 몇 십억원의 돈을 맡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 경우 대개 어느 정도 능력을 입증받은 중견 프로듀서들과 매칭을 시키기도 한다. 후배들로서도 자신이 가지지 못한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면 공동제작이 손해가 아닌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개발비 지원과 더불어 실질적인 시나리오의 수정이나 방향 등을 같이 고민하고 발전해나가고, 더불어 파이낸싱과 감독 선정, 캐스팅까지 도움이 된다면 그건 원천 개발자에게도 천군만마의 지원군이다. 이걸 반대하거나 억울해할 프로듀서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이뤄지고 있는 ‘무리한 요구’는 그처럼 각자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 신인 프로듀서와 중견 프로듀서, 프로듀서와 매니지먼트, 프로듀서와 투자사와의 공동제작은 서로의 능력과 기능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에 따른 조건 등을 상호 인정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영화계 선배로서 그저 안타깝고 미안하고 속상한 일이 더 많아 보인다.

<도가니>

또 다른 후배는 A급 배우를 캐스팅하려 했다. 배우의 매니지먼트사도 공동제작에 크레딧을 달라고 했다. 매니지먼트사가 공동제작에 뛰어든 사례의 원조는 싸이더스HQ가 참여한 <몽정기>(2002)다. 이후 매니지먼트 업계의 수익구조가 점점 악화되자, 수많은 매니지먼트사가 영화와 드라마의 공동제작 대열에 합류했다. <씨네21> 497호 특집기사인 ‘2005 매니지먼트 빅뱅’은 당시 매니지먼트사의 지분율이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50%에 이르며 상당수가 30%선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한다. “기존의 제작자들은 ‘공동제작이 아니라 캐스팅난을 빌미삼은 힘 밀어붙이기’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무조건 손해로 보이는 공동제작이 성사되는 배경에는 캐스팅난과 투자라는 문제가 있었다. 한해에 제작되는 영화 편수에 비해 주연급 배우의 수가 적은 데다가 대부분의 투자사들이 흥행의 안전판이라고 할 수 있는 ‘A급’이상의 배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제작사가 먼저 매니지먼트를 찾아 공동제작을 제의하는 경우도 잦았다고. “<B형 남자친구>를 제작한 김두찬 시네마제니스 대표는 ‘한 제작자가 이동건의 소속사로 찾아와 지분 50%를 줄 테니 자신의 영화에 출연해달라고 제의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매니지먼트가 참여한 최근의 공동제작 사례로는 <김종욱 찾기>와 <도가니>를 들 수 있다. 당시 공유의 소속사였던 판타지오는 <도가니>의 흥행 이후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판타지오 미디어를 신설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경향을 감안할 때, 매니지먼트사의 직접사례도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