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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밖의 모습마저도 한폭의 예술이 된다 <크레이지 호스>
윤혜지 2012-04-18

1951년 알랭 베르나뎅이 만든 클럽 ‘크레이지 호스’의 쇼는 세계적인 명성의 아트섹슈얼쇼로 손꼽힌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다루는 환상적인 그 이름 뒤에는 냉정하고 혹독한 쇼비즈니스의 현실이 공존한다. 쇼타임이 가까워오고, 디렉터와 스탭, 무용수들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쏟아붓는다.

전설의 다큐 감독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신작 <크레이지 호스>는 쇼의 비디오 버전이 아니다. 쇼를 올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성을 기울이는 공연 노동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더 가깝다. 공연 시작 전, 불이 꺼진 조용한 클럽은 예술가들의 무대이기에 앞서 노동자들의 일터다. 그곳엔 무대장치, 조명, 무용수들의 춤사위 등의 미세한 차이가 무대 위에서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집요하게 의견을 나누는 디렉터와 스탭들이 있다. 잔뜩 긴장한 채로 오디션을 치르고, 수없이 리허설을 반복하며 서로의 춤을 평가하고 동작을 연구하는 무용수들도 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이들에기 예술가보다 노동자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그렇지만 <크레이지 호스>는 역시 ‘크레이지 호스’이기도 하다. 파리에서나 볼 수 있는 쇼의 장면들도 부분적으로 맛볼 수 있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전시되는 무용수들의 나체는 빛과 색채가 어우러져 눈과 귀를 홀리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된다. 잠시 그 아름다움에 넋을 놓으려는 순간 보는 이의 의식은 곧 노동 현장으로 다시 불려오고야 만다. 일시에 조명과 음악이 꺼지고 무용수들은 무대 밖으로 걸어나가 옷을 갈아입는다. 이쯤 되면 현실적인 이 시간마저도 숭고한 예술의 한폭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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