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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그림체로 담아낸 파리의 풍경 <파리의 도둑고양이>
장영엽 2012-04-25

조이(오리앤 자니)는 실어증에 걸린 소녀다. 그녀는 아버지가 갱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뒤 그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조이의 곁엔 얌전한 고양이 디노가 있는데, 이 고양이는 밤만 되면 의적으로 변신해 부뚜막으로 뛰어오른다. 어느 날 밤, 조이는 디노의 행적을 쫓다가 자신의 보모가 아버지를 살해한 갱단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르기 이전에 하이스트 무비라 불러야 할 것 같다. <파리의 도둑고양이>는 전형적인 범죄영화의 공식을 따르는 영화다. 유리창 도려내기, 전선줄 끊기, 벽 타고 기어오르기 등 범죄영화에 등장할 법한 장면들이 화면을 메운다. 의적 니코(브루노 살로몬)와 그를 돕는 고양이 디노, 그리고 이들에게 합류한 조이가 아슬아슬하게 보물을 손에 넣고 파리 시가지의 지붕 위를 뛰어다니며 쫓고 쫓기는 과정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색다르지 않은 내용을 만회하는 건 세련된 그림체와 파리 시내 특유의 풍경이다. 톤다운된 색감의 건물들, 그림자 효과를 극대화한 파리의 밤거리와 그 위로 흐르는 재즈 트럼펫 선율은 루이 말 감독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에펠탑과 센강을 가로지르는, 그림자 효과를 극대화한 추격신은 괴도 루팡이 왜 프랑스에서 탄생했는지를 알려준다. 뉴욕이나 할리우드의 불야성 같은 스카이라인에선 절대 찾아볼 수 없을 파리 시내 전경이 이 영화의 매력을 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파리의 도둑고양이>는 프랑스 포스트 모더니즘 애니메이션의 선두주자로 평가받아온 장 루 펠리시올리의 장편 데뷔작이다. 전형적인 스토리텔링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자신의 비전을 스타일리시하고 이국적인 영상으로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그의 미래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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