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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서툰 그들의 황당 소동
심은하 2012-04-26

연극 <서툰 사람들>

기간: 5월28일까지 장소: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문의: 02-766-6007

“철학도 뭐도 없다, 그냥 즐겨달라.” 공연 시작 전에 깜짝 방문한 연출가 장진의 말이다. 어쩜 이 한마디가 이 연극의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여자 혼자 사는 아파트에 도둑이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아파트에는 이제 막 중학교 선생님으로 임용된 유화이가 산다. 나쁜 짓만 하지 말아달라며 울고불고 난리인 유화이에게 도둑은 돈 되는 것만 가져간다고 친절하게 응대한다. 그러나 값나가는 물건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는 도둑의 말에 욱하는 유화이. 오돌오돌 떨던 모습은 간데없이 도둑에게 소리치고 대든다. 도둑과 여선생의 날밤 새우는 말다툼이 시작된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다 서툰 사람들이다. 밧줄 묶는 법을 수첩에 적어가지고 다니는 도둑, 그런 도둑에게 자신의 비상금까지 가져가라고 알려주는 집주인, 분신자살소동을 벌이다 실패하는 아래층 남자, 그를 막기 위해 뛰어올라왔지만 집을 잘못 찾아온 경찰, 유화이의 사진만 보고 죽자살자 좋다며 집까지 들이닥치는 순정남, 새벽 4시에 딸의 집에서 남자를 발견하고도 별말이 없는 아버지. 등장인물 모두 이 험난한 세상과 맞지 않게 무언가 서툴다. 여기서 웃음이 난다. 서툰 그들이 벌이는 황당한 상황과 불협화음으로 한참을 웃어야 한다. 웃다보면 어느새 가슴까지 싸해진다. 20여년 묵은 작품이란 느낌이 전혀 없다. 모두 이 연극이 서툰 우리의 모습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도둑질에도, 사랑에도, 물 하나 골라먹는 일에도, 또 죽는 일에도 서툰 그들은 바로 우리다. 연극<서툰 사람들>은 현실의 테두리 안에서 싹튼 허구다.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황당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익살과 풍자. 장진의 유머가 기분 좋은 이유다.

일부 엇박자스런 캐스팅도 재미다. 26살 도둑 정웅인과 26살 집주인 예지원,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아니한가. 덧붙여 류덕환의 연기 옥타브가 달라졌다. 이 배우는 경쾌하고 말랑말랑한 배역에서도 공간을 장악한다. 류덕환은 자주, 강하게, 그럼에도 공허하지 않게 관객을 웃겼다.

연극은 고단함 속에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오늘 밤’이 아무렇지 않은 척 담겨 있다. 그렇다면 서툰 우리의 하룻밤에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거짓과 과장으로 포장한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꿈같기만 한 이 연극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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