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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도가니] 영화계의 문제가 곧 사회문제다

4·11 총선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

4·11 총선 이야기다. 너무 지겹다고? 마음이 아리다고? 어쩌겠나, 다시 앞을 보고 가는 수밖에. 개인적으로는 이번 선거에서 어떤 정당이 의석을 얼마큼 확보하는가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정당들이 어떤 문화정책(특히 영화정책!)을 내놓을 것인가도 꽤 궁금했다. 그래서 각 정당의 정책공약집을 훑어봤다. 결과는 기대 이하. 지난 4년간 많은 정책 집행의 오류와 현안들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 후보를 낸 정당은 모두 20개였지만 그중 제대로 된 정책공약집을 내놓은 정당은 몇 안된다. 정책공약집을 내놓았다고 해서 문화정책이 꼭 있는 것도 아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경우 독립된 문화공약 항목이 아예 없다. ‘K-POP의 성공 생태계 모델을 전략 장르별로 확대’와 ‘문화관광스포츠산업에서 공정거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두 구절이 전부다. 보수야당인 자유선진당은 문화 관련 공약이 있기는 하지만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이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정도가 문화공약을 별도 항목으로 분류해 내놓았다. 세 정당은 차이는 있지만, 공히 보편적 문화 복지와 지역 문화 활성화, 지역·계층간 문화예술 불균형 해소, 예술 창작 활동 지원 확대, 예술인 복지법 개정 등을 통한 복지 확대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영화 관련 공약으로 민주통합당은 “영화진흥기금 출연 확대 및 독립예술영화 지원 할당제 등을 검토”하고, “영화산업인의 미고용 기간 중 교육과 생활보조를 위한 ‘훈련 인센티브제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통합진보당은 “연예인-기획사 구조 개선을 통한 연예인의 정당한 권리 보호”를 제시했다. 진보신당의 문화공약이 가장 입체적이고 포괄적인데, 영화와 관련된 정책으로 “독립예술과 다원문화를 위해 ‘문화다양성법’ 등을 제정하겠다”는 것과 “문화 검열제도/기구의 폐지”, “독점구조의 문화산업 체계를 공정경쟁의 체계로 개편”하겠다는 것이 공약의 주요 골자다. 표현의 자유 확대, 문화산업 독과점 해소는 영화계는 물론이고 문화예술계의 현안인데, 진보신당만이 유일하게 공약으로 적시했다.

이미 지나간 선거 공약을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거다. 하지만 총선이 끝났다고 다 끝난 건 아니다. 문화예술계, 특히 영화계에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있다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게다가 연말엔 대선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는 것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일이 될 것이다. 문화예술, 특히 영화가 그렇게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냐고? 다른 중요한 것도 많다. 하지만 다른 것이 우선이고, 문화는 그다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문화는 삶과 밀접하게 연동된다. 영화계의 문제를 사회문제로 확대해서 보기도, 사회의 문제를 영화계에 적용시켜보기도 해야 한다. 그렇게 문제를 직시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한 게 아닐까? 그러다보면 세상이 좀더 나아질 것이라고 (최소한 나는) 믿는다.

진보신당이 내놓은 영화정책을 조금 더 살펴보자. 가장 눈에 띄는 건 ‘문화다양성법’ 제정이다. 광역시도에 1개관 이상의 예술영화전용관을 설치하고, 멀티플렉스 내 독립영화 전용 스크린쿼터제를 적용하고, 독립예술과 다원문화에 대한 비평 및 매체 발행을 돕는다는 것이다. 검열제도 폐지에 관한 공약도 있다. “음반, 영화, 게임 등에 대한 규제정책 시 이에 대한 문화영향평가를 의무화해야” 하며, 장르별로 구성되어 있는 검열기구들을 없애는 대신 “대중문화 배심원제를 운영하자”는 제안이다. 문화산업 내 독점구조를 완화하고, 이를 공정경쟁 체제로 개편하자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공정거래법’상의 문화산업에 대한 특례조항을 둬, 여타 산업군보다 강도 높은 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