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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희망만 가지고 시작해 개봉까지, 꿈만 같다
이화정 사진 최성열 2012-05-08

<두레소리> 조정래 감독

고3 수험생. 입시지옥. 미래에 대한 불안…. 국악과는 좀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두레소리>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영화다. 국악이 장벽이 될 거란 예상과 달리 <두레소리>에는 또래의 보편적 고민이 풋풋하게 녹아 있다. 명필름이 진가를 알아보고 배급을 맡으며 두레소리의 합창이 스크린에 퍼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국악 연주자로 활동해온 조정래 감독을 만났다.

-국악합창단에 대한 이야기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가 아닌데. =국악에 관심이 많다. 2001년에 판소리 관련 다큐멘터리를 찍다가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했다. 인사동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거리공연도 했고, 국악 뉴웨이브라는 흐름 속에 끼어들었다. 500여편의 공연 영상물도 찍었다. 이 생활이 벌써 10년째다.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면 영화인이 아니라 국악인으로서 한 게 더 많다. 자연스럽게 우리 음악이 연착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20여편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엔 극영화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극영화는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실제 두레소리 이야기에 좀더 극적인 설정을 가져간다면 재밌겠다 싶더라. 그래서 함 선생님(음악감독)에게 한번 만들어보자고 했다.

-국악, 청소년, 이런 아이템이라면 선뜻 투자자가 나서질 않았을 것 같다. =국악 소재 합창단이라고 하니까 거들떠도 안 보더라. 단돈 100만원도 없이 희망만 가지고 시작했다. 시나리오 들고 제작사를 10군데 정도 찾아갔다. 지금 <두레소리>를 배급하는 명필름 이은 대표는 시나리오 받고서 읽지도 않았다더라. 나중엔 영화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지만 처음엔 ‘쟨 영화과 나와서 북이나 치고. 열심히 사는 후배인데 안됐다’ 했다더라. (웃음) 여기저기서 퇴짜맞다가 건설업 하는 선배가 8천만원을 지원해줘서 시작했다.

-극영화지만 비전문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을 더 많이 살렸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물론 처음에는 전문배우 캐스팅도 생각했다. 배우 김석훈과 친분이 있어서 함 선생 역할을 제안했는데, 이런 풋풋한 분위기라면 비전문 배우가 낫지 않겠냐고 하더라.

-풋풋하고 신선한 건 장점이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컸다. =비전문 배우라 대사가 입에 안 붙더라. 연기지도를 해주던 친구가 와서는 ‘좀 힘들겠다’고 우려를 표할 정도였다. 그런데 좀 지나고 나서는 훨씬 풋풋하고 상큼하다며 칭찬하더라. 결국 함 선생님과 두레소리 아이들이 참여해서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

-국악이나 전통을 강조하는 영화가 아니다. 입시지옥, 부모세대와의 갈등, 친구관계 등 또래 청소년들의 보편적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청소년들의 꿈을 다루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는데, 아이들을 보면서 청소년 이야기를 해야지 싶었다. TV나 영화에서 청소년 문제가 극단적으로 소비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자. 특목고 아이들의 특화된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내 이야기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음악이 드라마의 고저를 살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함현상 음악감독의 역할도 컸다. =함 선생님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영화였다. 함 선생님을 만나고 그가 만든 음악을 듣고, 아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국악부분은 내가 디테일하게 연출했지만 전체 음악 분위기, 합창단 음악은 모두 함 선생님이 감독했다. 마지막 감동을 준 피날레 음악도 함 선생님이 대학 때부터 아끼던 멜로디로 만들어준 거다. 영화를 본 관객 중에는 ‘음악을 좀더 넣지’라는 의견도 많았는데, 편집하는 과정에선 음악은 최소화하자는 생각이었다.

-연일 시사회에 반응도 좋다. =아이들의 활기차고 행복한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면 너무 행복하겠다, 딱 거기까지가 바람이었다. 더 바란다면 영화제 한곳에서 상영해서 고생한 사람들이 다 같이 한번 보면 좋겠다 정도. 그것만 해도 혁명이었는데, 이렇게 개봉하니 꿈만 같다.

-차기작 계획은? 벌써 촬영 중인가. =10년 전부터 ‘나눔의 집’ 활동을 하면서 위안부 피해자와 할머니들의 소원을 담은 <귀향>(가제)이란 시나리오를 썼다. 다들 다큐멘터리로나 하지 극영화로는 안된다며 만류하더라. 그런데 생각해봐라. 그분들은 당시 소녀였다. 그 어린 소녀들이 겪었던 아픔과 고통을 그냥 덮어버릴 순 없다. 더구나 이제 할머니들이 많이 돌아가셨다. 하루빨리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 막노동을 해서라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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