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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의 속성을 뒤집는다 <세인트>
이화정 2012-05-09

산타클로스로도 슬래셔 호러 무비를 만들 수 있다. <세인트>는 성자 ‘성 니콜라스’(산타클로스의 라틴어)의 속성을 비틀고 뒤집는다. 성 니콜라스가 착한 일을 한 아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건 잘 알려진 대로 크리스마스의 풍습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버전으로 나쁜 아이는 성 니콜라스와 함께 다니는 전사 ‘블랙피트’들이 자루에 담아 스페인으로 데리고 간다는 속설도 있다. 바로 <세인트>의 이야기가 출발하는 지점으로, 영화는 성 니콜라스를 성자가 아닌 약탈자로 가정하고 나선다.

사건은 12월5일에 시작된다. 영화의 배경이 된 암스테르담에서는 12월25일 대신 매년 12월5일 성 니콜라스 축일을 기념한다. 연대기순으로 보자면 사건의 시작은 1492년이다. 12월5일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약탈하던 성 니콜라스(허브 스타펠)가 분노한 마을 사람들에 의해 불타 죽는다. 476년이 지난 12월5일 밤, 망령이 된 성 니콜라스의 복수가 시작된다. 어린 ‘후트’는 그때 자신의 가족을 모두 잃었다. 그로부터 40년 뒤 12월5일 밤. 축제로 들뜬 암스테르담에 성 니콜라스가 다시 출몰한다. 중년이 된 후트는 경찰이 됐고, 성 니콜라스에 대해 경고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는다.

피의 살육으로 시작한 <세인트>는 잔혹한 살육의 과정을 따라가며 즐거움을 찾는다. 약탈자가 사람들의 목을 자르거나 가슴을 가르고, 눈을 후벼파고 피가 튀는 장면이 속출한다. 떼 지어 다니는 블랙피트들은 좀비와 다를 바가 없다. 시종 피칠갑이 난무하지만 사실 슬래셔 공포물의 묘미를 찾기엔 디테일이 부족하다. 눈 덮인 암스테르담의 동화 같은 풍경이 오히려 더 부각된다고 할까. 사악한 성 니콜라스가 그려진 포스터 때문에 아이들이 혼란을 일으킬까 싶어 네덜란드 개봉 당시 소송이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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