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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진의 미드 크리에이터 열전] 가짜 웃음소리는 절대 안돼!
안현진(LA 통신원) 2012-05-18

<두 남자와 1/2> <빅뱅이론>의 척 로리

척 로리(왼쪽)와 애시튼 커쳐

대중이 어떤 이름을 기억하게 되는 가장 좋은 계기는 그가 세운 업적이 아닌 그가 휘말린 사건과 사고다. 플레이보이와 그에게 빌붙어 사는 별볼일 없는 부자(父子)의 이야기인 <두 남자와 1/2>과 따분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이라고 오해받는 물리학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트콤 <빅뱅이론>이라는, 지금 미국에서 시청률 1, 2위를 다투는 두편을 만든 척 로리 역시 이름을 만천하에 알린 계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두 남자와 1/2>에서 플레이보이 찰리를 연기하는 찰리 신과의 공개적인 싸움이다. 찰리 신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로리를 인신공격하며 불거진 둘 사이의 불화는, 로리가 신을 해고하고 애시튼 커처를 새로운 주인공으로 초대해 완전히 새로운 쇼를 만드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TV, 라디오, 인터넷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찰리 신과 척을 친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했다.

척 로리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그가 만든 시트콤을 한번이라도 보았다면 에피소드의 가장 마지막에 단 몇초간 플래시카드처럼 지나가는 ‘베니티카드’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트위터나 블로그에 올릴 법한 내용을 담은 로리의 베니티카드는 그가 만드는 프로그램에 서명처럼 따라붙는다. 사람들이 신과 로리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운을 발견한 것도, 할리우드에 파다한 루머가 아니라 바로 베니티카드를 통해서였다. “자신의 목숨을 위험에 내맡기는 할리우드 전문직을 고용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스턴트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술도, 담배도, 약도 하지 않는다. 아무하고 자고 다니지도 않는다. 이런 내가 찰리 신보다 빨리 죽는다면 정말 열 받을 거다.” 이렇듯 그의 베니티카드에는 필터가 없다. 그는 방송국에서 심의해 방송 뒤 공개하지 못했다면 웹사이트 척로리닷컴(chucklorre.com)에 올려놓는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해고에 대해 1억달러 손해배상을 제기한 찰리 신만큼 로리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찰리 르바인으로 태어났으나 성인이 되어 개명한 척 로리는, TV애니메이션 <닌자 거북이> 테마곡을 작곡하며 방송계에 입문했다. 그 뒤 시트콤 <로잔느>를 통해 작가로 데뷔했고, <그레이스 언더 파이어> <사이빌> <달마와 그렉> <두 남자와 1/2> <빅뱅이론> <마이크와 몰리>에 이르기까지 32년을 쉬지 않고 ‘멀티카메라포맷’ 시트콤에 매진해왔다. TV비평가들이 낡은 포맷이라고 말하는 스타일을 널리 퍼뜨린 것은 로리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다. 사람들이 “코미디의 시대는 갔다”, “멀티카메라포맷은 죽은 포맷이다”라고 떠드는 동안 그는 묵묵히 그 방식을 고수했다. 그 결과, 2000년 초반에는 시청률 톱20 프로그램 중에 멀티카메라 시트콤은 <두 남자와 1/2>이 유일했으나, 지금은 싱글카메라 시트콤(<30록> <오피스>)과 비교해도 수적으로 우세하다. 로리가 지휘하는 세편의 시트콤 <두 남자와 1/2> <빅뱅이론> <마이크와 몰리>에 더해 <NBC>의 <위트니>, <TV랜드>의 <핫 인 클리브랜드> <해필리 디보스드> 등 이 포맷을 이용하는 시트콤은 증가하는 추세다. 로리는 이 장르에 대해 몹시 까다롭다. “극도로 친밀한 포맷이다. 음악도 없고, 카메라 기교도 없다. 편집도 불가능하다. 가짜 웃음소리를 넣는 것은 더더욱 안된다. 오직 관중과의 교감으로 완성된다.” 비평가들이 인정하는 코미디보다는 시청률로 성공하는 코미디를 만드는 것. 매회 1800만명의 시청자를 웃기는 미국의 넘버원 코미디를 만들면서도, 에미상 수상에서는 번번이 제외되던 그가 보란 듯이 말한 제작 원칙이다.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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