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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익] “영화 파일의 철저한 관리가 흥행 성공 요인”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2-05-25

중국에서 흥행 성공한 <만추>의 제작사 보람영화사 이주익 대표

승승장구다. <만추>가 3월23일 중국 전역 2천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나흘 만에 약 3천만위안(약 54억원)을 돌파하며 5월8일까지 약 6500만위안(약 1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수치는 중국에서 개봉한 역대 한국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기록이다. 잠깐. 지난해 한국에서 개봉한 <만추>는 평단의 호평은 받았으나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지는 못하지 않았던가. 대체 중국 관객은 <만추>의 어떤 점을 사랑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만추>를 제작한 보람영화사 이주익 대표에게 들어봤다. 그리고 <만추>의 중국 개봉과 현재 중국 영화산업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만추>가 중국에서 개봉한 지 두달 가까이 지났다. 얼마나 흥행했나. =개봉일인 3월23일부터 5월8일 현재까지 공식 집계로 약 1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방 극장이 워낙 많다보니 집계가 많이 느리다.

-한국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중국에서 흥행할 줄 알았나. =성공할 줄 알았다. <만추>는 한국에서 개봉한 뒤 토론토와 시애틀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한국 배우와 중국 배우가 제3의 국가 미국에서 만나 영어로 대화하고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미국 관객이 공감하더라. 영화의 초반부에는 코미디영화를 보는 것 같은 반응이 나왔고,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이 눈물을 훔치더라. 김태용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가 계산한 대로 미국 관객이 반응했어”라고.

-그럼에도 중국 관객에게 <만추>는 장르적으로 문예물인 데다가 외국어영화다. 흥행할 수 있었던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 개봉이 끝나자마자 영화의 파일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영화제 역시 베를린, 시애틀, 토론토 등 큰 영화제에만 출품했다. 파일이 유출될까봐 작은 영화제는 아예 안 나갔다. 비슷한 시기에 탕웨이가 백상예술대상을 비롯해 부산 영평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중국 팬들이 영화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대체 얼마나 연기를 잘했기에 중국 배우가 한국에서 상을 휩쓸고 있냐고. 중국 팬들이 여러 웹하드에 접속해 <만추>를 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개봉하자마자 중국 관객이 <만추>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몰렸다. 동시에 한국에서는 <만추>가 IPTV에 풀렸다. 2시간이 지나자 중국의 각종 웹하드에 <만추>가 업로드됐고, 또 2시간 뒤 중국어 자막이 떴다. 정말 빠르더라.

-한국 상영이 끝났을 때 한국 관객은 왜 <만추> DVD가 출시되지 않냐고 궁금해했다. =중국시장이 중요했다. 한국의 2차 부가판권시장은 매우 협소하다. <묵공>(2006) 때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묵공>은 일본의 이세키 사토루 프로듀서와 함께 공동제작한 프로젝트다. 국제공동제작을 하다보면 영화 제목이나 개봉일이 국가마다 제각각이다. <묵공>의 경우 중국 개봉일이 한국보다 2개월 정도 빨랐다. 걱정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게 “괜찮다. 영화가 좋으면 입소문이 나게 되어 있다. 중국에서 먼저 개봉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먼저 개봉을 했는데, 흥행은 성공적이었다. 그해 중국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미 한국 관객이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묵공>을 본 것이다. 그것도 작은 화면으로. 더욱 가슴이 아팠던 건 본 사람들의 혹평이었다. 스펙터클한 장면을 작은 화면으로 보니 재미있을 리가 없잖아. 막상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 성적은 참패였다. 그게 불법 다운로드의 악순환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물론 관객이고. 참, <만추> DVD는 6월 출시된다.

-<만추>의 중국 프로모션은 어떻게 진행했나. =탕웨이에게 참 고마운 게 있다. 탕웨이가 노래를 잘 부른다. 그래서 탕웨이가 부른 주제곡을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서 <만추> 홍콩 개봉 버전의 마지막에 끼워넣었다. 아쉽게도 중국 개봉 버전에는 시간이 맞지 않아 끼워넣지 못했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마자 중국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직도 순위에 올라 있다. <만추>는 소설로도 발간됐고. 중화권에는 ‘원소스 멀티유징’ 방식으로 프로모션했다.

-중국 흥행에도 불구하고 제작사나 감독이 챙기는 수익은 없다고 들었다. =어떻게 보면 <만추>는 축복받은 동시에 역경도 많은 영화다. 중국에서 상영하기 위해서는 쿼터제(현재 중국 쿼터제는 국가별 제작 및 상영 할당제도로, 분장제와 매단제 두 종류가 있다. 분장제는 1년에 20편으로 수입편수를 제한하고 있고, 매단제는 1년에 총 50편의 외국영화만이 중국 내 극장에서 공식 상영이 가능하다.-편집자)를 통과해야 한다. 중국 상영을 위해 제작 초기부터 시남생 프로듀서와 그의 회사 필름워크숍과 공동으로 진행했다(제작 크레딧이 중국 국적의 제작자나 제작사가 올라가 있을 경우, 중국에서 자유롭게 상영할 수 있다.-편집자). 무엇보다 중국의 극장정산제도는 중국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중국 국경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이면 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건 아니잖나. 어쨌든 계약한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일개 제작사가 감당하기 힘든 여건이었다. 영화를 완성하는 데 전력을 하다 보니 비즈니스 면에서 놓친 게 많다.

-원래 <만추>는 중국과의 합작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가 중국 광전총국(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에 해당한다.-편집자)의 쿼터 심의 피드백이 늦어지면서 한·미 합작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그 질문은 노코멘트하겠다. 다만 시스템적인 면에서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고, 제작자는 그런 경우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처음 <만추>를 제작하겠다고 하니까 중국 제작자들이 뭐라고 하던가. =중국의 여러 제작사가 “기획 의도는 잘 알겠는데 문예물인 데다가 대사가 전부 영어인데 돈이 되겠냐”라고 하더라. 그래서 “중국 관객을 무시하지 마라. 인터넷에 영어자막 만들어놓고 외국영화를 보는 게 중국 관객이다”라고 말해줬다. (웃음) <만추>가 흥행하면서 중국 제작자들이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중국 영화인들이 문예물을 기획하고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들려오고 있다.

-현재 중국 영화산업의 분위기는 어떤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누수가 줄어들면서 회계 및 정산이 많이 투명해졌다. 스크린 수는 2월 기준으로 1만개를 돌파했다. 올해 연말까지 몇 천개 더 늘 전망이다. 대도시의 영화 티켓값 역시 1만5천원으로 한국보다 비싸다. 갑자기 시장이 확대되다보니 인재가 부족한 상태다. 그간 모자란 인재를 홍콩이나 대만 영화인으로 채웠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최근 한국 스탭들이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것도 그런 분위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광전총국영화국 퉁강 국장은 “올해 가을 시진핑 체제가 가동되면 내수시장 확대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고, 위험성이 큰 글로벌 프로젝트보다 자국영화 제작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에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건 위험성이 많은 일부 외국영화나 국제공동프로젝트에 국한된 얘기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국은 언제나 개혁과 개방이 우선이다.

-필모그래피 10편 중 8편이 국제공동제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나름 공동제작에 대한 노하우가 쌓였을 것 같다. =공동제작이야말로 아메바와 같다. 5:5 형태가 유리할 수도, 1:9 형태가 유리할 수도 있다. 순간순간 벌어지는 환경에 따라 바람직한 형태는 늘 변한다. 한국의 제작자들이 가끔 “합작을 하려는데 계약서를 보여줄 수 있냐”고 물어온다. 물론 계약서를 보여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계약서는 그 프로젝트 상황에서 작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직접 진행한 프로젝트 역시 계약서가 제각각이다. <칠검>은 시남생이 주도한 뒤 내가 합류했고, <묵공>은 이세키 사토루가 주도한 뒤 내가 합류했고. <만추>는 내가 주도한 뒤 시남생이 합류한 거고.

-되돌아본다면 <만추>는 어떤 작품인 것 같나. =많이 아쉽다. 미국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미국 일반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중국 관객을 만족시킨 것으로 보상받은 것 같다. 무엇보다 <만추>의 중국 흥행은 앞으로 한국영화가 중국에 진출할 때 어떤 방식으로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예였다는 것이 의미라면 의미이다.

-차기작은 뭔가. =중국, 일본과 공동제작하고 1억위안(약 180억원)이 투입되는 <지살>이라는 영화다. 박예진이 칭기즈칸의 부인 역을 맡았다. 무술감독은 <최종병기 활>의 오세영 감독이다. 3D로 컨버팅할 계획이고. 현재 후반작업 중이다. 한·중 합작으로 <구명묘>라는 미스터리물과 <철인>이라는 한국영화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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