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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함의 맛을 지키다 <파이판>
남민영 2012-05-30

파이판(派飯)은 농가로 내려온 간부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을 뜻하는 중국어다. 영화의 배경인 중국 쓰촨성에 위치한 도석촌은 파이판을 의무가 아닌 이웃간의 정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다. 주민들의 관심사는 30년간 도석촌에 머물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장 선생(이바오안)이 오늘은 어느 집에서 끼니를 해결할지에 쏠려 있다. 어느 날 중국 정부는 파이판이 농가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대신 장 선생의 식사를 책임질 조리사(런린)를 파견한다. 장 선생의 끼니를 챙겨주는 것이 삶의 기쁨이었던 마을 사람들은 이에 크게 반발하고 조리사를 무시한다. 도석촌에 살고 있는 소청의 어머니와 재혼할 목적으로 파견을 자청한 조리사는 마을 사람들의 홀대에 속상해하지만 그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한편 3년만 시골학교에 머무르면 도시 취업이 보장된다는 말에 한 선생(한후이량)이 도석촌에 내려온다. 한 선생은 따분한 생활에 쉽게 마을과 아이들에게 정을 붙이지 못하고, 엄마가 조리사와 재혼하면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사로잡힌 소청은 친구들과 몰려가 매번 조리사를 곤경에 빠트린다.

<파이판>은 한끼 식사에 담겨 있는 진득한 정과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촌마을의 풍광처럼 수수하게 담아낸다. 소청의 어머니와 조리사의 순애보, 마을 아이들의 동심, 장 선생, 한 선생과 작은 시골학교 학생들에게서 느껴지는 사제지간의 정은 푸근한 시골의 밥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마을 사람들이 장 선생과 한 선생에게 대접하는 맛깔나는 요리들을 보는 것은 이 영화의 잔재미 중 하나다. 다소 진부한 소재와 평범한 전개가 흠이지만 <파이판>은 도시생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작은 마을의 삶의 방식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따뜻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진짜 맛있는 식사는 산해진미가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도석촌의 소박함이 주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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