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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사진, 조각이 되다

<권오상 개인전>

기간: 6월24일까지 장소: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청담 문의: www.arariogallery.com

2008년 록밴드 ‘킨’(Keane)의 앨범 재킷을 디자인했던 작가 권오상. 미술사를 전공한 보컬 톰 채플린이 개인전을 본 뒤 그에게 협업을 제안했고 작가는 자신이 발굴해낸 ‘사진 조각’ 기법을 앨범 재킷 디자인에서도 놓지 않았다. 밴드 멤버들의 실물 사진을 찍고 그 조각 조각의 사진들로 실물 크기의 조각을 만드는 방법. 사진 이미지를 이어붙여 하나의 콜라주-입체를 만드는 권오상만의 방식은 작가 스스로 ‘데오도란트 타입’(Deodorant Type)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냄새를 없애고 산뜻한 향을 내는 ‘데오도란트’는 사랑하는 이의 그림자를 남기기 위해 또 부재의 슬픔을 방지하기 위해 제작되었던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이 오늘날 찾아낸 새로운 존재 방식이라 할 만하다. 조소과 친구들에 비해 몸에 근육이 덜했던 권오상은 ‘조각은 왜 가벼울 수 없을까’를 고민했던 20대 초반의 ‘미대형’ 시절을 거쳐 이제 전세계 다양한 미술인들의 관심을 받는 작가가 됐다. 국내에서 6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은 작가가 그간 몰두해온 세 가지 시리즈인 <데오도란트 타입>(Deodorant Type), <스컬프처> (Sculpture), <플랫>(Flat)의 한 차원 진화한 세계를 담고 있다.

Osang Gwon, , 2012, c-print, mixed media, 118x70x47cm

권오상은 고해상도 사진으로 대상을 찍은 뒤 작업을 진행했던 예전 작과 달리 신작에선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이미지들을 채집했다. 웹 서핑과 클릭으로 찾아낸 이미지들은 픽셀 사이의 벙벙한 틈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해상도가 떨어진다. 작가는 이 이미지를 다시 낮은 화소의 카메라로 찍어 이어붙여가며 황색 사자와 귀여운 고양이를 만들었고, 서로 휘감고 서 있는 거대한 인물 조각상도 만들었다. 픽셀처럼 부분 부분이 모여 하나의 가벼운 초상을 만들어낸다. 그리스 시대의 유명한 조각상 <라오콘>을 떠올리게 하는 신작은 높이가 3m나 되는데 미디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전형적이고 과장된 포즈를 반영한다. 거울을 보거나 셀카를 찍는 듯한 몸짓. 잡지 광고 이미지들을 오려붙어 하나의 화면에 조합해내는 <플랫> 시리즈에는 거대한 상품들(인간까지 포함)이 성난 병정들처럼 부풀린 표정으로 서 있다. 많은 좋은 것들이 그렇듯 권오상의 작업은 ‘사진이냐 조각이냐’ 하는 물음을 훌쩍 뛰어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