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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생활고 겪는 스탭들의 미래를 위하여
이후경(영화평론가) 사진 백종헌 2012-06-12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 이승태 사무처장

첫술에 배부르랴. 하지만 허기를 달랠 수는 있지 않을까. 올해 초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가 10여년간 공들여온 훈련인센티브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5억원이라는 지원금은 당초 예상보다 적은 액수지만 의미있는 성과다. 훈련인센티브는 단기실업이 잦은 영화산업 스탭들이 실업기간 동안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 실무교육센터에서 재교육을 받으며 고용 안정을 위한 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로써 영화산업 스탭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구축된 셈이다.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지만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는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 이승태 사무처장에게 그간의 고초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숙원을 이루어 부듯하겠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실무교육센터의 힘든 사정을 배려해주시면서 강의 나와주셨던 영화인들과 노사정 이행협약 체결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훈련인센티브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진짜 힘들었다. 우리가 국회쪽에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발품 팔아서 여기까지 온 거다. 겨울에는 바깥에서 떨면서 국회의원들 기다리고 그랬다. 처음에 이런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안될 거라고 했다. 근데 결국 예산을 따내니까 놀라더라.

-총예산 규모와 사업 주체는 어떻게 되나.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가 받은 예산이니까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가 집행한다. 고용노동부에서 영화발전기금 중 5억원을 민간위탁 형식으로 지원한다. 그것으로 1년에 500명에게 100만원씩 지급한다. 애초에 원했던 20억원보다는 적은 금액이지만 잘 지켜나가야지. 내년에는 10억원으로 증액받는 것이 목표다.

-훈련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나. =실무교육에 참여한 자로서 교육과정의 80% 이상을 수료한 자, 영화산업에서 근로경력이 1년 이상인 자, 1편 이상의 장편 상업영화에 참여한 자여야 한다. 수업은 다 무료이고 보통 이론 2개월, 현장실습 1개월로 이루어지는데 현장실습은 필수다. 위 조건에 결격사유가 없다면 대부분 받을 수 있다. 단, 1년에 1번만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 받은 사람이 내년에도 한번은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1년에 1번이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사실 넉넉한 액수는 못된다. 예산이 감소하면서 그나마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4월에 8기생 중 대상자들에게 처음으로 훈련인센티브가 지급됐다. 반응은 어떤가. =확인란에 사인하고 받아갈 때 표정들이 그렇게들 밝을 수가 없더라. 그러고는 또 그 얼마 안되는 돈으로 센터 사무실에 생수나 컵라면, 문구류를 사서 넣어준다. 그럴 때는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

-CJ에서도 1억원을 지원받았다. =5억원은 오직 훈련인센티브를 위한 예산이기 때문에 강사료나 후반작업 지원비 등 여타 운영비는 다른 방식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제까지 직원들이 빚내서 막았는데, CJ에서 지원해준 돈으로 거의 다 갚았다. 앞으로 CJ 외에도 많은 제작사, 투자사들이 동반성장과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건강한 영화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이 사업에 동참해주리라 믿고 있다. 풀뿌리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 거름도 주고, 물도 주면 좋겠다.

-훈련인센티브 외에 4대 보험 가입, 표준근로계약서 정착을 위해서도 많이 힘써왔다. 성과는. =4대 보험과 표준근로계약서 의무화 실시를 코앞에 두고 있다. 6월에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할 것이고, 적용은 유예기간을 두고 내년부터 전체에 적용하게 될 것 같다. CJ 같은 대기업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하면 전체 노동시장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7월 중순부터 시작할 실무교육 10기 준비를 잘해야겠지. 강좌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 다양하게 마련하려고 노력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실무교육센터를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나가고 싶다. 작품과 작품 사이에 퀵서비스, 편의점 알바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스탭들이 적지 않은데, 그들이 이곳에 와서 일하다가 작품이 계약돼서 나가고 그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찍다가 불의의 사고나 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한 사업도 만들고 싶다. 우리 영화계가 그런 친구들에게 빚지고 있는 게 많지 않나. 그들에게 비빌 언덕이 돼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