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전시
[전시] 예술가들이 길에서 찾은 것은

<생각여행-길 떠난 예술가 이야기>

김훈_<자전거여행>

기간: 7월15일까지 장소: 경기도미술관 문의: gmoma.or.kr

이제 막 동이 튼 시간은 새벽인지 밤으로 가는 시간인지 알 수 없다. 우리는 거기에 없었으니까. 하늘과 바다 사이일까, 여기 착륙한 것일까,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검고 푸른색의 습기 가득한 느낌을 본다. 어떤 순간이었을지 상상하는 동안 비행기 앞에 놓인 활주로와 구름 형태는 더욱 모호해진다. 경비행기 운전 자격증을 가진 시사평론가 진중권의 비행 사진이다. 이륙과 착륙 사이에서 이 눈 밝은 한명의 비행사가 건져낸 활주의 단서를 보려면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생각여행>에 가면 된다.

전수천_<움직이는 드로잉>, 2005, 디지털 프린트, 106x×68cm

거기엔 김훈도 있다. 전시장을 걷다보면 소설가 김훈이 손으로 꾹꾹 눌러쓴 문장과 사진이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모든 길을 다 갈 수는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나가는 일은 복되다.” 여름의 초입인 이맘때쯤이면 여행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비행기 표를 끊을까 말까 고민하는 동료부터 엊그제 만난 어떤 화가는 그림을 트렁크에 싣고 국내 여행을 떠나기 위해 아예 큰 차를 샀다고 했다. 여행은 각자 모두 다른 것이기에 전시장을 걸으며 만나는 예술가들의 길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 펼쳐진다. 몽골, 히말라야, 미국, 인도 등 지도 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실재하는 나라부터 도무지 닿을 수 없는 꼬깃꼬깃 숨겨진 길 위의 풍경이 공존한다.

길은 그 길을 떠나본 사람만이 알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여행의 동기와 목적도 있다. 작고한 작가 박이소의 드로잉과 설치는 망망대해를 떠도는 작은 유리병의 행방을 다룬다. <무제(표류)를 위한 드로잉>이다. 투명한 병에 위치 추적 장치를 달아 망망대해로 띄웠으나 멕시코 만 위를 떠돌던 병은 두 시간 만에 실종되었다고 한다. 색도 빛도 없는 투명한 형태의 드로잉들은 어떤 강렬한 여행담보다 아픈 찌름이 있다.

차마고도를 횡단한 사진작가 박종우, 독일에서 걷기 여행을 한 작가 홍명섭, 목수 조전환 등 16명의 작가와 2팀이 전시에 참여했다. 다른 이의 여행담을 보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여러 이동의 흔적을 보다보면 최소한 어느 한곳은 마음에 훅 들어올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