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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의 리부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과학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인 피터 파커(앤드루 가필드)는 어느 날 실험실의 돌연변이 거미에게 물린 뒤,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것과 같은 거미의 초능력을 갖게 된다. 새로 생긴 능력에 도취되어 오만방자해 있던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그를 키워준 삼촌 벤의 죽음. “거대한 힘에는 거대한 책임이 따른다”는 삼촌의 유언을 따르고 삼촌을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피터는 가면과 유니폼을 입고 뉴욕의 자경단원이 되는데, 그의 새 이름은 바로 스파이더맨…. 이미 그런 내용의 영화를 최근에 한편 보았다고? 하긴 그렇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2002년작이니, 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딱 10년 만의 리부트다. 2005년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가 나왔을 때, 이렇게 빨리 리부트가 나와도 되느냐고 다들 걱정했던 것을 생각해보라. 팀 버튼의 <배트맨>은 88년작,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과 로빈>은 97년작이었다. 리부트의 유행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이 시간차는 계속 좁아질 것이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사이의 격차는 팀 버튼의 <배트맨>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보다 훨씬 좁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놀란은 팀 버튼이 과감하게 생략했던 영웅 탄생담의 도입부를 본격적으로 다루었고, 이로써 두 영화는 전혀 다른 내용의 작품이 되었다. 하지만 마크 웹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그는 샘 레이미가 <스파이더맨>에서 갔던 것과 거의 같은 길을 간다. 여자친구가 메리 제인에서 그웬 스테이시(에마 스톤)로, 악당이 그린 고블린에서 리자드로 바뀌었지만, 영화는 여전히 평범한 소년이 쫄쫄이 유니폼을 입은 자경대원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대로 밟아갈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종종 마크 웹과 작가들이 이미 한번 한 이야기를 차별화하기 위해 기를 쓰는 게 훤히 보이는 장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서 마틴 신이 연기한 벤 삼촌은 “거대한 힘에는 거대한 책임이 따른다”라는 대사를 하지 못하는데, 그건 이미 클리프 로버트슨의 벤 삼촌이 샘 레이미의 영화에서 한번 써먹었기 때문이다. 고로 작가들은 벤 삼촌에게 비슷한 내용이지만 다른 문장의 대사를 주어야 한다. 이런 장면들이 영화 구석구석에 놓여 있다.

두 영화의 차이는 디테일에 있다. 샘 레이미의 피터 파커는 단순명쾌했으며, 영화는 직설적인 유머가 풍부했다. 하지만 마크 웹은 피터 파커에게 훨씬 어둡고 복잡한 개성을 주고, 레이미의 영화들에 있었던 소망충족의 판타지 상당 부분을 제거한다. 여전히 영화는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갖고 있던 낙천주의와 선량함을 고수하고 있어서 스토리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마크 웹과 주연배우 앤드루 가필드는 토비 맥과이어와는 전혀 다르면서도 썩 그럴싸한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을 만들어낸다. 스파이더맨의 능력 하나가 원작에 맞게 복구된 것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이제 스파이더맨은 손목에서 거미줄을 쏘지 않는다. 거미줄은 피터 파커가 직접 만든 웹 슈터에서 나온다.

영화는 피터 파커의 부모에게 1편에서는 완전히 밝히지 못한 비밀이 있다는 떡밥을 흘리며, 첫 번째 3부작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를 것이라 예고한다. 하지만 이미 코믹북 세계에서 거의 완벽하게 스토리와 개성이 구축된 <스파이더맨>의 세계에서 마크 웹이 레이미의 3부작과 완전히 다른 어떤 것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줄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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