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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움직임의 미학

< MOVE: 1960년대 이후의 미술과 무용 >

트리샤 브라운_<숲의 마루>(1970/2012)

기간: 8월12일까지 장소: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문의: moca.go.kr

미술관 하면 하얀 벽을 압도하는 거대한 그림을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이 전시 뭐야”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어떤 체계로도 완벽하게 묶이지 않는 이상한 움직임의 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무용수인지 조각인지 가수인지 알 수 없는 이들이 산만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무용과 미술의 만남이라는 부제는 너무 투박하고, 무용이 아니고 싶은 무용+안무와 망상이 합쳐진 지시문+ 작품과 관람자의 경계가 흩어진 작가의 시도가 한데 모여 있다. 전시장 가는 길도 멀다. 대공원역에 도착해서 코끼리 열차를 타고 동물원 옆 미술관에 도착하는 것부터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이다.

시몬 포티_<걸려있기>(1961~2010)

2010년 영국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열린 <MOVE: Choreographing You>의 순회전인 <MOVE>전은 1960년대 이후 서구에서 등장한 퍼포먼스의 역사에 기반을 둔다. 시작은 친구들끼리 살짝 보여주거나 동네 주민들의 훌라후프 운동에 영감을 받은 작은 동작이었지만 퍼포먼스 장르는 미술사에 이미 짙은 서명을 남겼다. 전시는 로버트 모리스, 브루스 나우만 등 세계적인 작가의 1960~70년대 작업과 함께 최근 퍼포먼스의 새 흐름인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함께 보여준다. 이들의 작품은 미술관을 사건의 장으로 바꿔놓는다. 눈만 살아 정숙하게 움직이던 관람객의 뒤통수를 친다. 예로 트리샤 브라운의 <숲의 마루>는 파이프에 연결된 빨랫줄 위에 매달린 옷 장치물이다. 다양한 질감과 모양의 옷들이 매달린 상태가 끝이 아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무용수들이 옷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옷 위에 올라타기도 하며 그 사이를 건너는 춤을 펼친다. 이를 지나던 찰나, 옆에서 대화를 나누던 세명의 인물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우리 같이 이야기를 나눌까요?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올 봄 공연장이 아닌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가진 안무가 자비에 르 루아의 작품 <생산>이다.

크리스타안 얀콥스키_<지붕 위의 일상>(2007)

관람객이 퍼포머가 되는 작업에서는 제 몸을 펼치고 굽히게 된다. 덩그러니 놓여 있던 오브제가 관람자의 몸이 만들어내는 즉흥 ‘안무/움직임’으로 살아난다. 로버트 모리스의 <신체공간동작사물>은 나무판자 위에 올라가 오락가락 균형을 잡아보게 하고, 브루스 나우만의 <녹색 빛의 복도>는 35cm의 좁은 통로를 지나가게 한다. “아름다운 것들이 항상 움직임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전시장 벽에 쓰인 문장을 곱씹으며 자두색 미술관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