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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깨달음 <술이 깨면 집에 가자>

<술이 깨면 집에 가자>는 사진작가 가모시다 유타카의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츠카하라(아사노 다다노부)는 ‘술이 깨지 않아 집에 가지 못하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이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폭언과 난폭한 행동들이 이어진 끝에 만화가인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가고 결국 츠카하라는 스스로를 병원에 가두고 술을 끊기로 결심한다.

알코올 의존증, 아니 알코올 중독 남자주인공이 등장한다는 말에 이 영화에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음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영화는 작정하고 경쾌하려 애쓴다. 이혼한 아내는 살을 맞대고 사는 다른 어떤 아내보다 상냥하며, 아버지의 폭력을 보고 자랐을 어린 남매의 모습 속에는 어떤 구김살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영화는 츠카하라가 술만 끊으면 만사형통이라는 듯 그의 퇴원만을 기다린다. 그래서, 불안하다. 문제는 영화가 오로지 츠카하라(혹은 아사노 다다노부)에만 매달려 있다 보니 그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지나치게 전형적이거나 심심할 정도로 평면적이라는 데 있다. 주벽을 견디다 못해 이혼한 아내가 여전히 정성스럽게 츠카하라의 뒷바라지를 하는 모습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술을 끊기 위해 병원에 들어간 츠카하라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영화는 거의 관심이 없다. 그러니 츠카하라가 자신이 왜 그 지경으로 알코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들 앞에서 고백할 때, 여기에 힘이 충분히 실리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꽃이 원하는 곳에 꽂아주는 것’이라는 츠카하라 어머니의 (꽃꽂이 혹은 인생) 철학은 일흔을 넘긴 감독이 우리에게 주려는 깨달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꽃이 돋보이기 위해선 그 옆에 생생한 푸른 잎들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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