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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틈을 응시하다 <에브리씽 머스트 고>
장영엽 2012-07-11

안 좋은 일은 언제나 한꺼번에 찾아온다. 애리조나에 거주하는 대기업 회사원 닉(윌 페렐)은 최악의 하루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음주 사고로 회사에서 해고를 통보받은 그가 집에 돌아와 목격한 건 정원에 한가득 널린 자신의 짐이다. 어떤 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내는 현관문을 걸어잠그고, 닉의 물건을 마당에 내놓고, 남편의 계좌를 정지했다. 이런 날 닉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마당 세일’ 팻말을 내걸고 과거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팔며 어지러운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에브리씽 머스트 고>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춤 좀 추지 그래?>(Why Don’t You Dance?)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에서도 남자는 마당에 물건을 잔뜩 내놓고 이웃에게 판다. 물건을 구경하러 온 소녀는 남자가 마당 세일 이상의 사연을 안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끝내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한다. 영화에서는 원작의 소녀 대신 임신한 몸으로 홀로 살아가는 이웃집 사만다(레베카 홀)와 영리한 동네 소년 케니(크리스토퍼 조던 윌리스)가 닉의 벗이 되어준다. 드라마틱한 사건 대신 단조로운 일상의 균열을 담담하게 응시한다는 점에서 <에브리씽 머스트 고>는 원작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마음속 응어리가 단단해지는 소설의 여운만큼은 따르지 못한 것 같다. 닉과 이웃들이 맺는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뒷받침해줄 에피소드들이 효과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극에 완전히 몰입하기가 힘들다. 절제된 이야기 구조를 따르다 영화를 돋보이게 만들어줄 많은 요소들- 평범하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 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불운을 등에 업고 애리조나의 주택가를 터벅터벅 걷는 윌 페렐의 심드렁한 표정만큼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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