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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쫓고 쫓기다 <캣 런>
이화정 2012-07-11

쿠엔틴 타란티노나 코언 형제를 흉내낸 가장 나쁜 예를 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이 영화를 권하겠다. 내용은 간단하다. 캣이란 가명을 쓰는 콜걸 카탈리나(파즈 베가)가 우연히 정치권 파티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된다. 파티를 주최한 무기 딜러가 고용한 전문 암살자 헬렌(재닛 맥티어), 그리고 마침 탐정사무소를 차린 앤소니(스콧 메크로위즈)와 줄리안(알폰소 맥올리)의 출현. 이들과 함께 얽히고설킨 캣의 도주가 시작이다.

<캣 런>은 코믹스릴러다. 쫓고 쫓기는 기본 얼개를 유지하기 위해서 감독은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한다. 별 필요도 없어 보이는 잦은 분할화면, 다종다양한 캐릭터의 나열, 과도한 욕설과 잔인한 폭력의 사용이 버라이어티하게 전개된다. 진중한 앤소니와 에디 머피를 카피한 줄리안의 조합이 버디무비의 구성까지 더해준다. 전반적으로 어떤 식의 진지한 시도를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유치함 일색의 상황과 대사들이 되레 고도로 의도한 결과가 아닐까 의심해야 할 정도다. 물론 영화의 스토리라인보다 제시카 알바의 수영복 차림이 더 탄탄했던 <블루스톰>의 존 스톡웰이 연출한 걸 알아차렸다면, 이런 기대도 소용없다.

그 와중에 영화의 유일한 구세주는 암살자 헬렌을 연기한 재닛 맥티어다. 시가 자르는 칼로 대뜸 코를 잘라낸다거나 총으로 머리통을 산산이 날려 묵사발을 만들고 기구로 이를 뽑는 장면을 눈 하나 깜짝 않고 시행하는 사뭇 카리스마있고 절도있는 캐릭터로, B급 감성의 코믹함을 준다. 물론 이마저도 이 난감한 영화를 구원하지 못했다는 절망적인 평가가 우세하지만, 거침없는 전개 덕에 적어도 지루할 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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