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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성공 비결? 우리는 꿈에 투자한다
송경원 사진 최성열 2012-09-11

2012 국제 콘텐츠 컨퍼런스에서 만난 도에이 애니메이션 부회장 모리시타 고조

열매 가득한 나무가 풍성한 가지를 자랑해도 결국 그 뿌리는 하나다. 1948년 문을 연 이래 일본 애니메이션을 이끌어온 도에이 애니메이션은 명실상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뿌리라 일컫기에 손색이 없다. <마징가 Z> <들장미 소녀 캔디> <은하철도 999> <드래곤볼> <슬램덩크> <디지몬> <원피스>까지 도에이의 이름은 모를 수도 있지만 도에이의 작품을 한편도 보지 않았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일본 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 세계적인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물론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까지, 도에이 출신 중에 유독 명감독이 많은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2012 국제 콘텐츠 컨퍼런스에 초청된 도에이의 부회장 모리시타 고조 감독에게 직접 애니메이션 명가의 저력과 비법을 들어보았다.

-도에이 출신 중에 유독 명감독이 많아 애니메이션 사관학교라고도 불린다. =기본적으로 문호가 열려 있고 창조적인 인재를 선호한다. 회사가 개인의 재능을 착취하려 하지도 않는다. 모기업(도에이 영화사)의 영향으로 확실한 시스템이 자리잡혀 있어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색깔과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연출부에서 특별히 재능있는 사람들을 발굴하려 노력하는 부분도 있고. 아마도 일본에서 유일무이하게 영화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회사일 것이다.

-도에이의 역사가 곧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양의 디즈니’ 도에이의 60년 성공비결은 무엇인가. =우리의 강점은 TV 네트워킹이다. <드래곤볼>만 해도 에피소드가 500화가 넘고, <원피스>는 1000화, <프리큐어> 같은 작품은 10년째 방영 중이다. 그만큼 캐릭터 자체의 매력과 생명력이 중요하다. 또 하나 장수 비결이라면 훌륭한 감독들이 많다는 거다.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감독조차 스스로 도에이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결국 중요한 건 좋은 감독들이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드는 거다.

-TV시리즈가 주력이라는 건 도에이의 약점이기도 하다. =현재는 TV애니메이션 시장 자체가 하향세다. 그래서 극장판에 신경을 많이 쓴다. 리스크가 높지만 그만큼 수익도 크다. 수출과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브랜드 향상에도 유리하고. 여러 형태의 합작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늘 중심은 캐릭터의 진정성에 있다.

-감독으로서 만든 수많은 작품 중에 유독 기억이 남는 작품이 있나. =<캡틴 하록>은 유난히 고생하며 만들었기에 애착이 크다. 재밌었던 건 넬슨 신 감독과 함께했던 <트랜스포머> 극장판이다. 그때는 환율 덕분에 제작비가 풍족했던 터라 이렇게 펑펑 쓰면서 만들어도 되나 싶을 만큼 돈을 썼는데 그게 몸에 익어 나중에 일본에서 <세인트 세이야>를 만들 때도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써버렸다. 결국 제작비만큼 욕을 먹고 연출부에서 제작부로 쫓겨났다. 그때 제작자로 만난 작품이 바로 <드래곤볼>이니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웃음)

-<세인트 세이야>는 최근 다시 TV시리즈로 리메이크되어 방영 중이다. =<세인트 세이야 오메가>라는 이름으로 방영 중이다. 예전에는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해야 해서 엄청난 제작비가 들었는데 지금은 디지털 방식으로 쉽게 처리하는 걸 보며 복잡미묘한 기분이 든다. 제작자의 입장에서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니 좋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예전의 수작업만큼 깊은 맛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40년간 도에이에 몸담으며 감독에서 제작까지 아우르는 평생 현역의 비결은 무엇인가. =물론 경영과 제작 양쪽을 모두 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보이는 것들도 있다. 나는 아마도 양쪽을 다 경험 중이기 때문에 좀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에이는 숫자에 의존하는 회사가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프로덕션이다. 최종적으론 인재를 어떻게 발굴하고 적절히 배치하고 관리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회사 입장에선 내가 감독 욕심을 내는 게 가장 큰 리스크 아닐까. 최대한 자제하고 나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 노력하는 게 장수 비결이다. (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원래 9월 말에 들어갈 예정인 <아수라>도 직접 콘티까지 짰다가 사토 게이이치 감독에게 넘겨줬다. 도에이는 자본금은 중견기업 정도지만 전체 기업 중 취업 선호도는 수천개 중에서 무려 112위다. 꿈에 투자하고, 꿈을 구현하게 도와주는 것 그게 나, 우리 회사,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비밀이다. 한국의 재능있는 젊은이들도 많이 와주면 좋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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