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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진의 미드 크리에이터 열전] 범죄수사물 히트 제조기
안현진(LA 통신원) 2012-09-21

<체인지 디바> <더 몹 닥터>의 조시 버먼

조시 버먼

<온스타일>에서 방영 중인 미드 <체인지 디바>(원제목은 <Drop Dead Diva>)는 우연히 한날한시에 죽은 두 여자가 천국의 시스템 오작동으로, 한 여자는 심폐소생술로 되살아나고 그 몸에 또 다른 여자의 영혼이 들어가며 시작되는 법정물이다. 살아남은 몸은 변호사 제인(브룩 엘리엇)이고, 그 안에 들어간 영혼의 주인은 모델이었던 뎁(브룩 디오세이)이다. 그런데 <체인지 디바>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은 이렇게 영혼과 몸이 뒤바뀌었다는 사실과 함께 변호사였던 제인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평생을 자신감 없이 살아왔다는 사실이고, 제인의 몸에 들어간 영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미는 것 외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던 뎁의 영혼이라는 것이다. 제인의 몸에서 깨어난 뎁은 불어난 속옷 사이즈에 경악하지만 다시 한번 주어진 삶에 익숙해지기로 결심한다. 변호사로 벌어들인 수입으로 가능해진 화려한 쇼핑리스트도 마음에 들었지만, 그보다는 자신을 잃고 슬퍼하는 약혼자 그레이슨(잭슨 허스트)을 남겨두고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미녀와 추녀로 나누어질 리 없지만, <체인지 디바>는 스테레오 타입의 두 여자가 한몸에서 부딪히고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 때론 코믹하게 때론 진솔하게 펼쳐진다. 미녀로서의 대우에 익숙한 뎁의 자신감이 똑똑하지만 외모 때문에 자신감은 물론 존재감도 없던 제인을 변화시키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제인이 되어 그레이슨을 바라보는 뎁의 안타까운 짝사랑은 <체인지 디바>의 가장 큰 긴장의 고리로 시즌4까지 극을 이끌어왔다. 영혼이 바뀌는 황당한 설정에서 알 수 있듯 <체인지 디바>의 톤은 가볍고 코믹하다. 그렇기에 <체인지 디바> 속 법정은 중범죄를 다루는 형사소송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잡음을 다루는 민사소송이 더 많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법은 인간사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크리에이터 조시 버먼의 이상이 이야기에 녹아 있기 때문에 <체인지 디바>의 온도는 따뜻하다.

조시 버먼이 TV작가로 이름을 알린 건 <체인지 디바>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CSI 과학수사대>와 <본즈>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체인지 디바>는 버먼이 작가로 일하기 오래전부터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잉태된 프로젝트였다. 스탠퍼드대학 출신인 버먼은 로스쿨에서 3년을 지내는 동안 수업시간에 배우는 법률사건 하나하나가 얼마나 멋진 이야기가 될지를 상상했고 TV작가로 데뷔하기 이전에 이미 드라마로 만들면 재미있을 법률 케이스를 공책 한권 분량으로 준비해두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체인지 디바>에서 다뤄지는 사건들은 대부분 현실사회에서 이슈화된 적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남자 동성애자의 정자 기부가 위법이라고 적어놓은 법에 대해 시비를 걸기도 하고,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출소한 뒤에는 받을 수 없는 사회 시스템을 드라마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등 오랫동안 법과 사회를 관찰한 버먼의 통찰이 돋보인다.

범죄수사물로 화려하게 장식된 버먼의 이력에서 따뜻하고 즐거운 <체인지 디바>는 어딘지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버먼이 준비하는 차기작 <더 몹 닥터>(The Mob Doctor)와 비교한 그의 설명을 들으면, <체인지 디바>는 그의 커리어의 지평을 넓혀준 첫 발걸음이었을 뿐이다. “<체인지 디바>가 두 여자가 한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라면, <더 몹 닥터>는 한 여자가 두 삶을 사는 이야기다.” 2012년 가을 <폭스>에서 방영되는 <더 몹 닥터>는 시카고 마피아에게 빚을 진 오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외과의인 그레이스가 마피아가 저지른 범죄를 은폐하는 의학 자문을 자처한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소프라노스>와 <하우스>가 절묘하게 결합된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기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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