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전시
[전시] 박통부터 MB까지

<최재영 사진전-대한민국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

기간: 9월28일까지 장소: 갤러리 아트링크 문의: artlink.co.kr

그림에서 초상화의 발전은 왕의 얼굴을 어떻게 그려내는가와 끝없이 관계한다. 서양이든 동양이든 역사적으로 왕의 얼굴은 초상화 장르에서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대상이었다. 용안이 없었더라면? 초상화가 수많은 화가들이 못생긴 공주나 왕을 어떻게 그려야 하나 밤낮 고민하게 하는 일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판 왕의 얼굴이라 할 한 국가의 대통령의 이미지는 이제 그림이 아닌 사진으로 찍힌다. 찰칵찰칵 셔터 한방이면 대통령의 얼굴도 다양한 프레임과 크기로 담아낼 수 있다. 누군가가 수십년 동안 대통령들을 취재하며 사진을 찍었다면 이 사진은 작업일 뿐 아니라 현대사의 귀중한 단서가 된다.

35년 동안 일간지 기자로 있으면서 역대 대통령을 카메라로 담아낸 최재영은 롤러코스터같이 변화무쌍한 역대 대통령들의 ‘표정’과 알지 못했던 ‘뒷면’을 담아낸다. 1976년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기자로 시작한 작가는 살아생전의 박정희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이 이 땅을 누비는 순간순간의 표정을 현장에서 보았다.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명박 현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였던 정주영까지, 전시는 제목 그대로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준다. 동시에 이 빛과 그림자는 대한민국 전체의 분위기에 암울하고 때론 잠시나마 환한 기운을 띤다. 대통령이 웃을 때 대한민국이 웃고, 대통령이 울 때 대한민국이 운 것은 아니다. 대통령과 나라, 그리고 민심의 관계는 풀기 어려운 xy축이 교차하는 고난도의 방정식이다. 1984년 10월 전국체전 개막식에서 전두환, 이순자의 얼굴이 새겨진 카드섹션이 펼쳐지는 순간 두 내외는 흐뭇하게 웃었지만 카드를 들고 있는 이들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얼굴들이 있는가 하면 방탄유리로 된 차를 타고 거리유세를 하는 장면이나 소를 끌고 가는 정주영의 배포있는 동작, 종로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격동하는 역사 속을 숨쉬던 한 개인을 숙고하게 한다.

오늘도 보도사진에 드러나는 안철수의 꾹 다문 얇은 입술과 하얀 피부 뒤로 결전의 시간이 흐른다. 12월19일 대통령 선거날,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어떤 표정일까. 그것보다 우리는 앞으로 5년 동안 누구의 얼굴을 하루가 멀다 하고 봐야 할까,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