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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세상에 고함 질러
씨네21 취재팀 2012-10-11

<두 개의 문-신학철 김기라>

신학철, <한국근대사_관동대지진_한국인 학살>, 캔버스에 유화, 122x200cm, 2012.

기간: 10월20일까지 장소: 갤러리 175 문의: 02-746-9670

신학철의 그림은 확신에 찬 듯 보인다. 하지만 전시를 열흘 남짓 남긴 날 작가를 만난 나는, ‘모른다’는 단어를 자주 쓰는 작가에게서 묘한 충격을 받았다. 그의 그림을 표현하는 온갖 남성적인 수사들을 뒤로하고, 작가는 제 무의식에서 흘러나오는 그림들이 어디로 갈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무척이나 유연하게 말했다. 김기라와의 2인전은 국가보안법의 대상이 되었던 그림 <모내기>와 연작 <한국 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에 가려 있던 작가의 다른 모습을 찾게 한다는 점에서 설레게 할 것이다. 완성된 대작 대신 전시장에는 그림을 그리는 밑바탕이 되는 ‘사진 콜라주’들이 전시되어 있다. 역사적 사건들을 담은 흑백 사진을 잘라내 화면을 구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그림을 그리는 신학철에게 사진은 세상을 만나는 실재보다 리얼한 첫 얼굴이다.

신학철의 작업들 옆에는 그와 서른살 차이가 나는 젊은 작가 김기라의 작품이 걸려 있다.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듯한 두 작가는 나이 차만큼이나 다른 색채 감각과 세계관을 보여준다. 하지만 김기라의 작업과 신학철의 작업을 꼼꼼히 둘러볼수록 그 안에 있는 엇비슷한 고함들이 들려온다. 김기라의 작업은 신화화된 우상에 흠집을 내며 전세계를 쥐락펴락한 사상가의 이미지들 사이를 질주한다. 히틀러의 얼굴을 한 성모 마리아 입상이 보이는가 하면 각종 종교의 아이콘을 콜라주해 기괴한 괴수 이미지를 만든다. 신학철과 김기라. 강렬한 사회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두 작가의 문은 어디로 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