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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불씨 역할만이라도 하길
윤혜지 사진 백종헌 2012-10-16

다큐멘터리 <맥코리아> 김형렬 감독

“맥쿼리를 아십니까?” <맥코리아>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의 수익 구조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다. 김형렬 감독은 국민이 이용하는 기간시설을 특정 기업에서 독자적으로 수익산업화하는 것에 동의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맥코리아>를 만들었다. 이들의 계산법에는 많은 교묘한 시스템이 엮여 있지만 김형렬 감독은 많은 이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최대한 쉬운 방향으로 <맥코리아>를 풀어간다. 맥쿼리라는 풍차 뒤에 정부기관이라는 거인이 버티고 있음을 그는 짐작하지만 결국 그 실체에는 조금도 닿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감독은 거인의 그림자라도 보기 위해 지속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분투한다. 평범한 프로듀서로 살던 그가 돈키호테가 되어 거대 기업과 정부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밀어야 했던 이유를 들어봤다.

-왜 <맥코리아>를 찍게 됐는지 궁금하다. =지난 2월 무렵 맥쿼리가 투자한 민자도로의 지도를 보면서 처음 알았다. 직접 9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일방적인 요금 인상 공고를 보고 심각성을 느꼈다. 그다음부터 집중적으로 취재하기 시작했다. 개인이 시사다큐를 만드는 것은 정말 위험한 것 같다. 나도 주변에서 도와주어서 할 수 있었던 거다.

-어떤 형식적 고민이 있었나. =도로가 전부인 영상인데 이걸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고민했다. 그래서 요금소에서 일하는 분들의 멘트를 따면서 취재하듯 하는 방식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 자연다큐도 해보고 휴먼다큐도 해봤는데 시사다큐가 제일 힘든 것 같다.

-의혹에 접근했을 뿐 가시적인 결과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환기한다는 데에 의의를 두면 좋겠다. =변명일 수도 있는데 불씨 역할만이라도 하면 좋겠다. 그 이상은 못한다. 비밀문서를 볼 수도 없고 청와대로 갈 수도 없다. 게다가 아는 사람들만 좀 알지 맥쿼리를 모르는 사람이 열에 여덟이다. 그래서 처음엔 수법을 디테일하게 설명했지만 다 걷어내고 쉽게 가려고 노력했다. 도표도 그려가면서 만들었는데 나도 이해하는 데 한달 반이 걸렸다. 관객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고 뭔가 잘못됐다는 것만 알고 가도 괜찮을 것 같다. 이 기회로 민자사업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많이 아셨으면 한다. 안 좋은 제도를 바꿀 수 있어야 하고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끔 해야 한다. 개봉 뒤에 국감에서 크게 조사라도 했으면 좋겠다.

-취재 중 어떤 애로사항이 있었나. =안 만나주는 게 제일 힘들었다. 공개적으로 양쪽 입장을 다 듣고 싶다고 말했으나 한쪽에선 아예 안 만나줬다. 깜짝 놀랐던 일이 있다.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취재하는데 허가를 먼저 받으라고 제지하더라. 그래서 명함을 주고 일단 철수했다. 인천대교로 진입하는 도로를 찍어야 해서 잠깐 찍고 있는데 ‘상황실인데 지금 뭐하는 거냐’고 전화를 하더라. 주변에 CCTV가 있나 싶어서 섬뜩했다. 9호선 ‘고객과의 만남’ 자리에 참석하려고 갔다가 촬영한 테이프 내놓으라고 잠시 감금도 당했고, 촬영감독도 중간에 많이 교체됐다.

-작품 속에 <돈키호테>의 비유가 등장한다. 거인은 따로 있고 맥쿼리는 풍차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풍차 날개에 맞아 나가떨어지지 않나. =돈키호테의 무모하게 달려드는 이미지를 가져오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계속 나가떨어지지만. (웃음) 제도권 밖에 있는 사람이 거대 자본 안으로 돌진하는 걸 비유했다. 다만 살짝 나타났다가 지나가는 이미지라 관객이 눈치챌지 모르겠다.

-맥쿼리로부터 소송을 당할 뻔했다는 얘길 들었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됐나. =처음엔 모자이크도 없이 다 까고 가려고 했는데 법률 자문을 받아보니 초상권 침해나 민사로 들어오면 가망이 없다고 해서 모자이크를 했다. 영화답게 세게 가고 싶었는데 안된 게 좀 아쉽다. 처음 접근할 때 어리바리하게 ‘잘 모르니까 알려달라’는 식으로 연락하니까 그땐 친절했다. 다만 트레일러가 나가고 나서 전화가 오더라.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식으로. 그런데 오히려 그게 언론 보도가 나서 자연스레 홍보가 됐다. (웃음)

-이왕 시작한 일인데 지속적으로 해볼 생각인가. =의혹에 대해서 이지형씨에게 정말 묻고 싶다. 의혹을 사실로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커서 개인적으로라도 후속 취재는 꾸준히 할 생각이다.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충분한 자료가 모이면 아마 그게 2편이 될 거다. 그리고 영상에선 혼자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뒤에는 나를 돕는 7천명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도움 준 분들 이름이 나오는 크레딧이 4분30초다. 관객에게는 고역이겠지만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상영관 불이 안 켜졌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함께했다는 걸 보시는 분들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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