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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새의 시선 <위대한 비행>

<북극의 눈물> 이후 봇물 터지듯 쏟아진 다양한 생태•자연•환경 다큐멘터리들은 브라운관과 스크린 사이의 거리를 점점 더 가깝게 만들어놓았다. 진재운 감독의 다큐멘터리 <위대한 비행> 역시 창원시가 지원하고 KNN부산경남방송이 기획, 제작하여 지난 5월에 방영했던 5부작 다큐멘터리 <위대한 비행>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3만여 킬로미터를 비행하는 도요새이다. 몇날 며칠, 바닷길을 한번도 쉬지 않고 날아 이동하는 이 새는 수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날갯짓을 멈추면 바다에 빠져 죽을 수밖에 없다. 갯벌에 도착해 쉬면서도 하루에 두번씩 어김없이 찾아오는 밀물을 피해야만 한다. 오랫동안 쉼없이 날아야 하기에 허기진 배를 충분히 채울 수도 없다. <위대한 비행>은 이 고단한 도요새의 극적인 여정을 조용히 따라간다.

그렇다고 <위대한 비행>에 도요새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도요새의 모습을 관찰하던 카메라는 종종 하늘로 높이 올라가 ‘도요새와 함께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새의 시점숏(birdeye shot)으로 보여준다. 거기에는 도요새처럼 철따라 이동하는 또 다른 철새들도 있고, 밀림에 사는 인간도 있고, 인간이 잡아먹는 동물도 있고, 그 인간을 구경하는 또 다른 인간이 있다. ‘자연’이라는 큰 이름 아래 카메라와 도요새가 시선을 주고받는다는 이 설정은 <위대한 비행>의 가장 큰 미덕이기도 하다.

하지만 5개로 나뉘어 있던 이야기들을 91분으로 축약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엮어내는 고리들이 얼마간 희미해져 수많은 수고로운 화면들이 제 힘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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