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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상, 믿습니까
씨네21 취재팀 2012-10-25

<이형구 개인전 Face Trace>

이형구, Face Trace 001, 2012.

기간: 11월23일까지 장소: 갤러리 스케이프 문의: www.skape.co.kr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작가 이형구가 2년여 만에 선보이는 신작 전시회가 한남동에 위치한 갤러리 스케이프에서 열린다. 기존 작업에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토끼 캐릭터 벅스 바니의 해부학적 뼈와 골격을 만들어 <아니마투스>(animatus)라 명명했던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사람의 얼굴에 초점을 맞춘다.

왜 하필 얼굴일까. 작가는 사람의 얼굴로 운명을 이야기하는 동양의 관상(학)에 오래전부터 의문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가 관상학에 입각하여 재창조한 얼굴 골격은 과장된 표정에 공상과학영화의 인조인간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지극히 동시대적이다. 각종 성형수술을 통한 신체 변화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닌 시대이니 말이다. 전시장에 놓인 얼굴들은 작가 자신의 다양한 얼굴 표정과 여러 인종이 가진 실제 얼굴의 골격을 조합한 것이다. 인공치아와 튀어나온 안구, 얼굴과 분리되어 딱딱 벌어지는 턱과 색깔이 다른 귀는 하얀 좌대와 유리관 안에 기념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가짜 이빨과 가짜 코, 작가가 만들어낸 기이한 얼굴 골격들은 유골함에서 다시 걸어나온 듯 기시감이 느껴진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들과 얼굴을 유추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허망하게 웃는 표정에 어울리는 얼굴 골격 옆에는 연설하는 동작에 최적화된 정치인의 골격이, 그 뒤로는 일본 무사의 표정을 닮은 얼굴 골격이 보인다. 작가는 앞으로 사람의 얼굴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