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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진의 미드 크리에이터 열전] 극과 극을 다룰 줄 아는
안현진(LA 통신원) 2012-11-09

<로마> <멘탈리스트>의 브루노 헬러

<CBS>의 범죄수사물 <멘탈리스트>와 <HBO>의 시대극 <로마> 사이에는 두 드라마를 만든 브루노 헬러의 이름을 제외하면 공통점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시리즈 드라마라는 이름 그대로 시간 순서를 따라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보여주었던 시대극 <로마>와 매번 다른 사건을 다루는 범죄수사물인 <멘탈리스트>는, 케이블과 네트워크, 시대극과 현대극, 연속극과 레퍼토리 드라마 등 일부러 정반대 요소만을 골라서 배치한 듯 모든 항목에서 반대방향을 향해 달려간다.

드라마의 규모가 방대했던 만큼 어마어마한 제작비로 인한 부담감으로 시즌2에서 제작을 접어야 했던 <로마>. <로마>로 이름을 알린 브루노 헬러가 차기작으로 <멘탈리스트>를 떠올린 계기는 실제로 의도된 역방향성에 있었다. 헬러는 가장 먼저 <로마>와 전혀 다른 TV시리즈를 만들고 싶었다. 로마제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표현의 수위에서 자유로운 케이블 채널이 아닌, 더 많은 시청자와 만날 수 있는 공중파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범죄수사물이라는 장르를 채택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돕는 심령술사를 주인공으로 정한 까닭은, 영국인인 그의 눈에 비친 미국사회의 이상한 면모 때문이었다. “미국에는 거리마다 심령술 가게가 있었다. 그게 신기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경제가 돌고 있는 느낌이랄까?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영국인과 비교하면 미국인은 사후세계나 영혼에 대해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그랬고, 그건 (미국인인) 내 아내도 마찬가지다.” <멘탈리스트>의 패트릭 제인(사이먼 베이커)은 그렇게 영국인으로서 브루노 헬러가 가졌던 의심을 그대로 옮겨놓은 캐릭터다. 제인은 진짜 심령술은 없으며, 주의 깊은 관찰과 마술사들의 테크닉 같은 잔기술로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꾼들이 전부라고 말한다. 여기에 헬러가 평소에 관심을 두었던 셜록 홈스 캐릭터가 더해졌다. 관찰력에 기반한 추론과 소거로 진실에 다가서는 홈스는 최근 들어 미드 <하우스> <셜록 홈즈> <엘리멘터리> 등에서 더욱 사랑받는 캐릭터의 원형으로, <멘탈리스트>의 패트릭 제인은, 셜록 홈스라는 틀에 매력을 듬뿍 부어 주조한 새로운 캐릭터였다.

드라마 속 가상의 수사기관인 캘리포니아연방수사국(CBI)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는 패트릭 제인은 한때 심령술사 노릇을 하며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던, 자칭 사기꾼이었다. 잘나가던 젊은 날, 방송에 출연해 연쇄살인범 ‘레드존’을 기만한 대가로 레드존에게 아내와 딸을 잃은 패트릭은 그 뒤 피해자의 피로 스마일 사인을 그려놓은 레드존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빈집에서 매트리스 하나만을 놓고 생활한다. 브루노 헬러가 <멘탈리스트>가 시청자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로 꼽는 배우 사이먼 베이커는 매력적인 동시에 어두운 면모를 지닌 패트릭 제인이라는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숨결을 불어넣는다.

2012년 가을, 시즌5를 시작한 <멘탈리스트>는 시즌3 파이널에서 가짜 레드존(브래들리 윗포드)을 등장시키고, 시즌4의 파이널에서는 레드존을 검거하려고 친 덫에 무고한 생명을 희생하는 등 긴장을 높여 마지막을 향해 달려갈 준비를 마쳤다. 인터뷰마다 빠지지 않는 레드존에 대한 질문에 헬러는 이렇게 대답한다. “누가 캐스팅이 되든 간에 시청자는 반드시 실망하게 될 거다. 한데 레드존은 이미 우리가 만난 캐릭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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