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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은 멈추지 않는다 <남영동1985>
강병진 2012-11-21

<남영동1985>는 고 김근태 의원이 남긴 수기 <남영동>을 모태로 한 영화다. 정지영 감독은 이 책 가운데 22일 동안 벌어진 고문의 과정을 발췌했다. 1985년 9월의 어느 날, 주인공 김종태(박원상)는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온다. 고문관들의 구타와 욕설은 그를 짓이긴다. 그들이 알고자 하는 건,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다 잠시 일을 쉬고 있는 김종태가 하고 있던 생각이다. 김종태는 자신이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에게는 바로 고문이 자행된다. 그의 입에서 “나는 빨갱이다!”라는 자백이 나올 때까지 고문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물고문이 끝나고 나면 수십장의 갱지에 ‘그들이 원하는’ 진술서를 쓰고, 다시 물고문을 당하고 또다시 진술서를 쓰는 일이 반복된다. 김종태는 끊임없는 고문에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아직 모든 고문이 끝난 건 아니다.

남영동 대공분실 직원들이 가한 고문의 방식부터 당시 김근태가 들었던 비명소리와 라디오 소리, 건물 밖에서 들리던 기차소리까지. “관객과 함께 고문실에 들어가보려 했다”는 정지영 감독은 고문의 풍경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느끼는 감각까지도 재현에 공을 들인다. 그의 연출에 ‘돌직구’라는 세간의 표현은 그처럼 ‘가감 없는 묘사’를 일컫는 말이겠지만, 그보다는 한번도 고문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 영화의 집요한 태도에 더 어울려 보인다. <남영동1985>는 그의 전작인 <부러진 화살>보다도 영화적인 리듬과 캐릭터에 공을 들인 작품이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풀었다가 다시 조이는 고문의 흐름과 저마다 개성이 부여된 고문가해자들의 성격은 묘한 활력으로 영화 속 고문실의 공기를 지탱하고 있다. 특히 고문기술자 이두한을 맡은 이경영의 연기가 ‘신의 한수’다. 정치사회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영화적인 시도 또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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