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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dget] 두근두근 소녀감성

즉석카메라, 후지 인스탁스 미니 8

사양

크기 116×118.3×68.2mm(W×H×D) 무게 307g(배터리, 스트랩, 필름팩 제외)

특징

1. ‘소녀 돋네.’ 총 5종의 파스텔톤 컬러. 2. 밝고 화사하게, 더 예뻐 보이는 즉석사진. 하이 키(high-key) 모드 기능. 3. 촬영 상황에 맞게 빛의 양을 자동으로 판단하는 LED 노출계 장착.

흔히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부르는(폴라로이드사는 이미 2000년대 초반 폐업했지만) 즉석카메라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제품은 후지 인스탁스다. 지난 2009년 국내에서 기계만 100만대, 전용 필름 판매량도 9천만장을 넘었다는 공식 발표도 있었는데, 세계시장에서의 판매량은 아마 엄청날 것이다. 캐논과 니콘 등 막강한 경쟁사들로 인해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입지가 탄탄하지 못했지만 즉석카메라 시장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후지는 필름산업의 오랜 노하우를 가졌다. 때문에 촬영과 인화가 동시에 필요한 즉석카메라 시장에서는 후지를 따를 기업이 거의 없었다. 말하자면 인스탁스는 잘 키운 늦둥이 같은 제품이었다.

인스탁스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명확한 타기팅 덕분일 거다. 곡선 위주로 구성한 귀염성있는 외관, 10만원대 초반의 적당한 본체 가격과 만족스런 사진 품질, 다양한 동화적 캐릭터들이 등장하던 스페셜 에디션 등. 인스탁스는 20대 초반까지의 여성(혹은 소녀 감성을 가진 성인)을 타깃으로 발매해왔고, 성공했다. 그런 인스탁스가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다. 공식 명칭은 후지 인스탁스 미니 8.

카메라의 크기는 전작인 미니 25(112×121×50.5mm)보다는 조금 크고 미니 7s(119.5×121.5×70.5mm)보다는 조금 작다. 그립감이 더 발전했다는 느낌이다. 본체의 컬러는 총 5종으로, 파스텔 컬러로 칠해져 여성들의 감성에 어필하려는 의도를 좀더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렇다면 성능은 어떨까. 가장 발전한 건 ‘빛에 대한 적응력’이다. 한국보다 이틀 먼저 출시된 일본의 인스탁스 8 광고를 보면 전보다 더 발랄한 느낌의 스냅 사진을 많이 목격하는데, 그건 인스탁스 8에 새로 추가된 하이 키 모드(high-key mode) 덕분이다. 이 하이 키 모드를 사용하면 좀더 ‘뽀사시한’ 사진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촬영 상황에 맞게 빛의 양을 자동으로 판단하는 LED 노출계 역시 ‘버리는 사진’이 나올 확률을 줄여준다.

최근 인스탁스 시장을 노리고 비슷한 유의 제품들이 많이 출시됐었다. 이 지면에서도 소개했던 프린터 기능을 본체에 달고 출시된 디지털카메라는 자체적인 사진 보정 기능은 물론 우수한 배터리 성능도 갖췄다. LG의 포켓 포토는 스마트폰 안에 들어 있는 사진을 바로 현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능을 갖춘 제품이었다.

후지가 이런 제품들을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인스탁스 미니 8에서 추가된 기능은 위에 언급한 정도다. 1인자의 자신감이었을까. 후지는 셔터를 누르고, 곧바로 출력하는 그 심플한 과정 자체가 즉석카메라의 매력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굳이 여기서 사진을 보정하고,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칠 이유가 없다. 사진이 잘 나왔건 못 나왔건 그 자체가 재미고 추억이다. 사진의 본질적인 재미다. 결국 이 제품이 지향하는 타깃층은 명확하다. 스마트폰 셀카 놀이에 지친, 실물을 손에 쥐고 싶은 소녀들. 혹은 소녀 지향의 20대 여성들이다. 후지의 영리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일본에서의 발매 가격은 8천엔. 한국에서는 12만8천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