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gadget
[gadget] 댄서들의 스피커

파이오니아의 스티즈 오디오

특징

1. 곡의 템포 조절 및 구간 반복이 용이하기 때문에 춤 연습을 하기에는 최적의 하드웨어다. 특히 오토 배틀 모드는 스트리트 댄스 전용 스피커라는 제품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기능이다. 2. 휴대성만 고려한다면 저가 모델인 STZ-D10S이 낫다. 하지만 거리의 소음을 제압하려면 좌우 스피커가 각각 10W 출력을 지닌 고급형 STZ-D10Z이 필요할 듯. 3. 확실히 안방보다는 거리에 더 잘 어울릴 터프한 외관.

약 50년 뒤엔 전화기가 어떤 물건이 되어 있을까? 기기 하나에 온갖 기능을 구겨넣는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이걸 타고 출퇴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의 신제품들이 지향하는 바는 팔방미인이다. 이것저것 못하는 게 없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잘하는 한 가지를 찾기도 어려운, 심심한 상향평준화라고 할까? 전문성보다는 범용성이 생산과 구매의 첫 번째 기준이 됐다는 이야기다. 파이오니아의 스피커 라인인 스티즈 오디오는 이런 흐름 가운데서 도드라지는 예외라 할 수 있겠다. ‘스트리트 댄스 전용 스피커’라는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수요층이 확실한 제품이다. 물론 그 수요층이 꽤 확고하다는 점 역시 짚고 넘어가야겠다. 전략은 어느 정도 주효해서 본국인 일본에서는 이미 고무적인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부터 스티즈 오디오가 한국에도 정식 수입되어 본격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어깨 위에 무겁게 짊어지고 다니던 플레이어를 내려놓고 카세트테이프나 CD를 꽂은 뒤 요란하고 현란하게 몸을 꺾는 청춘을 우리는 그간 스크린에서 숱하게 지켜봐왔다.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과 호환되는 스티즈 오디오는 그다음 세대의 춤꾼들을 위한 하드웨어다. <스텝업> 시리즈가 계속 이어진다면 필히 등장할 만한 물건인 셈. 춤을 출 때 원하는 대로 사운드트랙을 구성할 수 있도록 온갖 기능이 갖추어져 있다. 예를 들어 템포 컨트롤 메뉴는 곡의 재생 속도를 자유자재로 늦추거나 높여줌으로써 극적인 안무 연출을 돕는다. 댄스 큐(cue)는 일종의 구간 반복 기능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미리 지정해둔 지점으로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으니 연습을 할 때 특히 유용하다. DJ 믹스 모드로 세팅을 하면? 힙합이든 일렉트로니카든 동일 장르에 해당하는 곡들이 논스톱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한곡이 끝날 때마다 다음 트랙을 허겁지겁 찾는 수고 없이 춤을 추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오토 배틀 모드다. 동일 장르 가운데서 음악을 선곡해 차례로 똑같은 시간만큼만 재생해주는 독특한 기능이다. 프리 스타일 댄스 배틀 시 활용할 만하다.

스티즈 오디오는 총 3개의 모델을 내놓았는데 하나같이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한 디자인들이라 마이클 베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들고 뛰어다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거리에서는 주목을 받겠지만 거실에 들여놓기에는 지나치게 튀는 색감과 생김이라는 걸 인정해야겠다. 바닥에 두고 사용하기 마련인 제품의 특성상 소리 전달이 잘되도록 스피커를 상향으로 기울도록 한 배려는 칭찬할 만하다. 한편 세 모델 중 가장 저렴한 STZ-D10S는 휴대성을 극대화해 무게가 1kg이 안될 만큼 가볍다는 게 장점인데 마음에 걸리는 건 출력이다. 양쪽 스피커가 각각 2.5W인데 이 정도면 기존의 포터블 스피커보다 크게 낫다고 보기 어렵다. 아마도 거리의 소음들을 제압하기엔 역부족이지 않을까? 물론 액체 폭탄 같은 디자인의 고급형 모델인 STZ-D10Z는 양쪽 10W에 서브우퍼 20W가 보태진 만만치 않은 출력을 자랑한다. 문제는 그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69만9천원에 이른다는 것. D10S와 D10T는 각각 39만8천원, 49만8천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