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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죽음을 뛰어넘는 <아무르>

<아무르>의 이야기는 시작부를 제외한 거의 모두가 한 아파트 안에서 진행된다. 은퇴한 음악교수 안느(에마뉘엘 리바)와 조르주(장 루이 트랭티냥)는 이제 80대의 노부부가 되었는데, 그에 걸맞게 느리지만 우아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안느에게 갑자기 마비증세가 생기면서 부부의 삶은 흔들린다. 수술 뒤 반신불수가 된 안느를 조르주는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그 역시 위태로워 보이긴 마찬가지다. <하얀리본>으로 200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마하엘 하네케의 신작으로, 이번 영화 역시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를 낚아채며 ‘2012년 하반기의 최고 기대작’으로 언급되었던 작품이다. 역시 명불허전이다. 하네케 특유의 잔혹성을 제외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과 냉철함을 무기로 관객을 장악한다. 감독은 자신과 30년간 함께한 아내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설명하는데, 사랑의 정서뿐 아니라 특유의 우아함이 영화에 배어 있다.

한마디로 <아무르>를 설명하자면 ‘사랑과 죽음을 뛰어넘는 거장의 고전주의적 필치가 새겨진 작품’이라 할 것이다. 프랑스 일간지 <라크루아>는 이를 가리켜 “포멀한 숏에 있어 거의 완벽에 가까운”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는데, 엇비슷한 플롯의 잉마르 베리만의 <외침과 속삭임>과 비교해 살핀다면 이 특성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영화의 감정선은 캐릭터와 미장센의 뒤로 물러서며, 오직 변증법을 통해서만 설명될 것이다. 음악이나 소품 역시 방향성에 있어서 일맥상통한다. 클라이맥스를 장악하는 벽에 걸린 풍경화 숏들은 ‘운명과 쇠퇴에 관한 웅변’을 대신하며, 이제는 슈베르트 전문가로 성장한 제자에게 안느가 굳이 베토벤의 <바가텔>을 연주해 달라고 청하는 부분도 유심히 살피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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