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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악몽 <타워>
이영진 2012-12-26

주상복합빌딩 타워스카이에서 일하는 대호(김상경)와 윤희(손예진)는 첫 번째 입주자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크리스마스를 맘껏 즐기지 못하는 건 소방대장 영기(설경구)도 마찬가지다. 화재 사고 때문에 그는 결혼 뒤 크리스마스를 아내와 함께 보낸 적이 한번도 없다. 그들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는 이들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7광구>에 이은 김지훈 감독의 신작 <타워>는 108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 사고를 소재로 삼은 재난영화다. “63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했다는 <타워>는 <해운대>의 쓰나미가 그러했듯이 우리가 익히 떠올릴 수 있는 공간들을 파괴함으로써 공포를 배가한다. 크리스마스의 기적 대신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현실로 받아든 사람들이 탈출구 없는 미궁 속에 던져져 아비규환의 사투를 벌이는 과정이 비교적 생생하게 느껴지는 건 매끄러운 컴퓨터그래픽과 실감나는 특수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순제작비만 1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타워>는 그러나 참사를 충실하게 재연하는 것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한다. 화재로 인한 폭발이 결국 건물 붕괴로까지 이어지는 상황들의 연쇄는 무리없이 연결했지만, 인물들의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한 관계망은 허술하다. 부실공사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하게 이벤트를 강행하다 엄청난 인재를 불러온 조 사장(차인표)이나 힘있는 이들부터 구조하려 드는 고위 공무원 역할들을 최소한으로만 제시하는 탓에 갈등의 게이지는 좀처럼 상승하지 않는다. <타워>는 조연들을 앞세워 감정의 불연속을 웃음으로 메우려 하나 이 또한 잘못 끼운 나사처럼 헛돈다. 마지막 희생이 성스러운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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