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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방방곡곡의 소나무들
씨네21 취재팀 2013-01-03

<문봉선 개인전>

<소나무-경주 오릉>, 화선지에 수묵, 145×360cm, 2012년

기간: 2013년 2월17일까지 장소: 서울미술관 문의: www.seoulmuseum.org

소나무는 예부터 선비들의 문학과 그림에 빠지지 않는 소재로 추사 김정희는 <세한도>를 통해 자신의 꼿꼿함을 드러냈다. 그런데 오늘날 다시 소나무 그림을 본다면 어떤 울림이 있을까? 화선지에 묵으로 그려낸 그림을 오래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다. 더욱이 풍부한 입체감과 컬러가 풍요로운 세계에서, 단조롭고 덤덤한 그림은 천연기념물에 가깝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책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문장과 사유, 그리고 온몸으로 우리가 잊고 지낸 외로움과 고독을 눈앞에 끌어당긴다면, 화가 문봉선은 실제 대상을 바라본 눈의 힘과 필력으로 천년의 시간을 천천히 불러낸다. ‘독야청청|獨也靑靑-천세(千歲)를 보다’라는 전시 제목은 30여년간 전국 각지를 돌며 관찰해온 ‘소나무’를 투사시키는 장치이다. 소나무 그림 20여점은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두눈을 깨끗하게 닦는 시간을 선물로 건넨다. 작가가 양산 통도사와 경주, 강릉 초당에서 바라본 소나무는 각기 다른 속도와 울림으로 자신의 기운을 드러낸다. 중국 유학 시절 익힌 필력을 동원한 쭉 뻗은 붓길에서 힘찬 기세가 느껴지는가 하면 눈오는 날의 소나무를 그린 작업은 고요하고 아름답다. 그저 그런 소나무일 수도 있는 대상에서 화가는 이렇게 다른 선과 형태를 찾아낸다. 전시를 본 뒤 거리를 걷다보니 이 추운 겨울날 가로수에 있는 나무들의 가냘픈 가지가 새롭게 보인다. 전시가 열리는 서울미술관은 2012년 여름 서울 부암동 언덕에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