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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dget] 공간에 색을 입혀요

필립스 컬러LED조명, 리빙 컬러스 블룸

크기

130 x 126 x 101(W x H x D)mm, 무게 336g

특징

1. 무려 1600만 가지 색상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무드 조명. 2. 심플한 디자인, 화분 하나 놓은 것 같은 적절한 크기. 3. 아이팟을 연상시키는 직관적인 리모컨. 4. 리모컨 건전지는 애매하게 3개. 남는 하나는 알아서.

내 기억은 4살 정도에서 시작된다. 다른 건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초록색 조명만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엄마는 항상 그 초록색 조명 아래서 나를 재워주셨는데, 아직도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기억 때문인지 조명에 대한 관심은 끝이 없었다. 비싸도 너무 비싼 오리지널 조명을 살 주제는 못됐던 터라, 예전에는 을지로에 가서 유명 작가들의 카피 제품들을 여럿 샀었다. 하지만 그때 산 조명들은 허세라는 측면에서는 쓸 만했지만 실용성이라는 덕목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그것들은 부피가 크고 무거운 오브제가 됐을 뿐이니까. 생각해보면 애초에 조명이라는 건 그리 실용적일 필요는 없다. 빛만 제대로 나오면 그걸로 족하니까. 하지만 최근 정말 실용적인 조명이 발매됐다. 필립스의 리빙 컬러스 블룸이다.

필립스의 3세대 (IT기기도 아니건만 어쨌든) 리빙 컬러스 블룸은 조명 기구다. 핸드볼 공만 한 크기의 둥근 형태를 지녔고, 얼핏 보면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전원을 연결하는 순간 얘기가 달라진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1600만 가지의 컬러를 원하는 대로 밝힐 수 있다는 것. 예컨대 기분이 가을하늘처럼 청명한 날에는 블루 계열의 컬러를, 몸도 마음도 차가운 겨울날에 는 따스한 옐로 계열의 컬러를, 섹슈얼한 무드를 내고 싶은 밤에는 레드 계열의 컬러를. 이 모든 것이 단 한대의 조명으로 가능하다.

이 제품은 직접 만져보면 더욱 작다. 1년 전쯤 발매됐던 2세대 제품이 그 부피 때문에 불만이 많았던 걸 감안하면 긍정적인 발전이다. 하지만 그 크기에 비해 광량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리빙 컬러스의 최대 밝기는 200루멘(lm). 보통 자전거 전조등으로 쓰는 라이트의 밝기와 비슷하다. 어두운 밤길을 달리는 데 충분한 정도니 방안에 두기도 충분한 밝기다. 오히려 무드라는 측면에서는 천장이나 벽에 대고 쐈을 때 더 가치가 생긴다(실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여러 개를 두고 각기 다른 색의 조명을 쏘면 아주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것 같다).

이 훌륭한 본체를 더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건 리모컨이다. 아이팟 초창기 모델을 연상시키는 이 리모컨은 휠을 좌우로 돌리는 것만으로 빛의 컬러는 물론 빛의 밝기까지 조절할 수 있다. 가볍게 터치하는 것만으로 색 변화가 아주 부드럽게 일어나는 건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자동 색변환 모드를 이용하면 알아서 색이 바뀌면서 지루함을 덜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리모컨이 가장 맘에 드는 건 전원을 끄고 켤 수 있다는 것. 수면 중에 조명 하나 끄 자고 몸을 일으키기 얼마나 귀찮았던지. 하지만 리모컨을 곁에 두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무거운 몸을 움직이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언젠가 만화가 강풀이 집 안에 미러볼 조명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기분이 울적하면 미러볼 조명을 켜둔다고 말이다. 아마 이렇게 빛에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이만큼 적합한 제품도 드물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리모컨에 들어가는 건전지의 개수. AAA 건전지 3개를 써야 하기 때문에 하나가 항상 애매하게 남는다. 이 정도 아쉬움을 빼고는 나무랄 데 없이 잘 만들어진 제품이다. 1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