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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남민영 2013-01-10

뮤지컬 <심야식당>

기간: 2월17일까지 장소: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문의: 02-766-3390

모두가 잠든 늦은 밤, 그제야 불을 밝히고 손님을 기다리는 심야식당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져 나온다. 그곳에선 평범해 보이는 계란말이와 문어모양 비엔나 소시지에도 인생의 맛이 담겨 있다. 일본 작가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이 뮤지컬로 무대에 올랐다. 음식과 소시민의 삶을 연결해 따뜻한 위로를 건넸던 원작의 감동에 노래와 춤이 더해져 무대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푸짐한 밥상을 연상시킨다.

상점과 게이바, 스트립클럽 등이 모여 있는 일본 신주쿠의 뒷골목, 밤 12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심야식당에 작은 불이 켜진다. 작은 간판도 없고 변변한 메뉴라고는 돼지고기 된장 정식 정도지만 늦은 시간에도 손님이 하나둘 식당 안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심야식당의 주인 마스터는 가게를 찾은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한 만들어 내놓는다. 그러니 식당을 찾는 사람들에겐 저마다 즐겨찾는 요리가 있다. 요리라고 하면 거창한 무언가를 상상하기 마련이지만 손님들은 도시락 반찬으로 즐겨먹는 계란말이나 녹차에 밥을 말고 그 위에 고명을 얹은 오차즈케 밥 정도를 찾을 뿐이다. 매번 이들이 같은 음식을 찾는 데에는 자신만의 이유가 있다. 이 골목에서 28년간 게이바를 운영해온 코스즈의 단골메뉴 계란말이에는 첫사랑의 기억이, 매번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가게를 찾아와 야키소바를 시키는 아이돌 가자미 린코는 야키소바에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있다.

하나의 음식과 그에 얽힌 사연을 매회 다뤘던 원작의 구조를 이어가는 듯 뮤지컬 <심야식당>은 계란말이, 문어모양 비엔나 소시지, 오차즈케 밥, 고양이 맘마 등 음식에 대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래와 춤으로 제각각 풀어놓는다. 여러 인물과 다양한 사연이 계속해서 이어지기 때문에 다소 산만해 보일 수 있는 지점이긴 하나 무대 중앙에 위치한 심야식당이 마치 여러 가지 요리를 한데 담는 그릇처럼 이들의 음식과 사연들을 잘 끌어모은다.

극의 주요 소재인 소박한 음식처럼 뮤지컬 넘버 역시 담백하다. 잔잔한 에피소드와 담백한 뮤지컬 넘버가 주는 푸근함에 오차즈케 시스터스라 불리는 노처녀 삼인의 톡톡 튀는 춤과 노래가 활력을 더한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되는 극의 특성상 오래 등장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여러 캐릭터가 주는 잔재미도 볼거리다. 화려한 군무나 클라이맥스가 없어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연말연시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또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지만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밤, 이상한 외로움을 종종 느끼곤 할 것이다. 그럴 때에는 말보다 따뜻한 요리 하나가 훨씬 더 마음을 달래준다. 한 그릇의 위로가 거기, 뮤지컬 <심야식당>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