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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dget] 궁극의 이어폰

젠하이저 IE800

특징

1. 기존의 하이엔드 헤드폰에서나 가능했던 입체적인 사운드를 무리없이 구현해내는 프리미엄 이어폰. 와이드 밴드 드라이버, 듀얼-챔버 업소버, 통풍 마그넷 시스템 등이 소리의 결을 입체적으로 살린다. 2. 피부 알레르기가 없는 인체 친화적 실리콘 소재의 이어패드를 다양한 사이즈로 제공해 착용감을 높였다. 3. 이어폰, 그 이상인 건 소리의 질뿐만이 아니다. 가격이 무려 100만원대라는 사실.

언젠가 한 클래식 연주자에게 주로 어떤 환경에서 음악을 듣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이동할 때죠. 비행기나 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요.” 고가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음악 애호가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스마트폰의 기동성과 범용성에 길들여진 뒤로는 서재에 틀어박혀 의식을 치르듯 음악감상을 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소리의 질에 예민한 사람들은 액세서리로 눈을 돌리게 됐다. 고가의 프리미엄 이어폰/헤드폰 시장이 착실히 성장하고 있는 이유다. 덕분에 브랜드마다 몇주 간격으로 뛰어난 기능과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신제품을 출시하는 분위기인데 최근에는 독일의 대표적 음향 전문업체인 젠하이저가 강력한 한수를 내놓았다. ‘최고급 플래그십 이어폰’이라는 설명이 붙는 IE800은 기존의 하이엔드 헤드폰에서나 가능하던 사운드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제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 작은 기기에 집중된 여러 혁신적인 기술 중에서도 젠하이저사가 가장 먼저 꼽는 건 엑스트라 와이드 밴드 드라이버다. 지금까지의 고급 인이어 이어폰은 전체 오디오 대역을 복수의 내로 밴드 드라이버가 나누어 재생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이 경우 경미한 사운드 왜곡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프리미엄 헤드폰이 주로 채택하는 와이드 밴드 사운드 변환기를 장착하기에는 제품 자체의 크기가 문제가 됐다. 하지만 젠하이저는 이를 지름 7mm의 초소형 사이즈로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즉, 모든 주파수 대역을 완벽하게 재생하기 때문에 야외에서도 놀라울 만큼 선명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서로 다른 음역대의 사운드가 발생했을 때 이 모두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인체의 특성까지 계산에 넣었다. IE800이 채택한 듀얼-챔버 업소버는 강한 저주파 사운드의 잔향을 흡수해 음향간의 간섭을 최소화한다. 따라서 각 재료의 맛을 생생하게 살린 요리처럼 풍성하고 입체적인 소리의 정찬을 귀로 맛보게 해준다. 통풍 마그넷 시스템 역시 짚고 넘어갈 만한 내용이다. 풀어 이야기하자면 공기가 특정 방향으로 흐르도록 내부에 통풍로를 설치해 격막의 떨림을 최소화하는 설계다. 제품 측면에 두개의 작은 통풍 구멍이 자리하고 있는 건 그런 까닭이다. 음악을 들으며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으면 저음이 뭉개지면서 사운드의 입체감이 확연히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젠하이저사는 통풍 마그넷 시스템을 적용해 음 왜곡도를 0.06% 이하로 낮췄다고 설명한다.

착용감 또한 만족스럽다. 다양한 사이즈의 이어패드를 제공해 사용자로 하여금 가장 편안한 환경을 구성하도록 했으며 그 재질은 피부 알레르기 및 손상의 염려가 없는 인체 친화적 실리콘이다. 케블라 소재의 케이블은 꼬임이 없고 인장 강도가 높아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이 정도의 기능이면 다소 무뚝뚝해 보이는 디자인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아마도 예상했겠지만) 디자인보다는 가격이다. 무려 119만원이니 이어폰 하나 값으로는 과하다 싶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뭐, 단지 ‘이어폰’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려운 이어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