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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짐 캐리는 나의 미래?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13-01-15

애니메이션 <드래곤 헌터>에 목소리 출연한 개그맨 김기리

<개그콘서트>의 코너 ‘생활의 발견’, ‘불편한 진실’, ‘전국구’로 대세남이 된 개그맨 김기리가 이번엔 더빙 실력을 뽐낸다. 1월24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드래곤 헌터>에서 김기리는 돈 밝히고 말 많은 협상꾼 드래곤 헌터 귀즈도의 목소리를 맡았다. 함께 짝을 이루는 드래곤 헌터 리안츄의 목소리는 성우 경력이 있는 배우 장광이, 조이 공주 목소리는 성우 박지윤이 연기한다. 놀랍게도 김기리는 성우 뺨칠 만큼 매끄러운 목소리 연기를 선보인다. 아르바이트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닭살 연기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랩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개그콘서트> 녹화장이 아닌 KBS미디어센터 녹음실에서 김기리를 만났다.

-2012년 KBS 연예대상 신인상 받은 것을 축하한다. =신인상은 한번쯤 타보고 싶었다. 올해가 아니면 힘들 수도 있으니까. 2010년 KBS 공채 25기로 뽑혔는데, 2년차 때까지는 신인상을 타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런데 안되더라. 상받는 게 참 어려운 일이구나 싶었다. 2012년엔 ‘상은 무슨 상이야’ 그랬다. 마음을 비우니까 되더라.

-더빙 목소리, 방송 목소리, 실제 목소리가 다른 것 같다. =‘생활의 발견’ 할 때는 실제 내 톤으로 얘기하는데, ‘불편한 진실’에서 오글거리는 연기를 할 땐 목소리에 힘을 주게 된다. 연기하는 게 티날 때가 있는 것 같아서 좀 고민이다.

-<드래곤 헌터>엔 어떻게 캐스팅됐나. =<개그콘서트> 메인 작가님한테 개그맨을 몇명 추천받았다고 하더라. <드래곤 헌터>가 개봉할 때쯤 잘돼 있을 것 같은 사람으로.

-개그맨들의 애니메이션 더빙이 잦아졌다. 애니메이션 더빙이 인기의 척도가 된 것 같다. =‘내가 아이들한테 인기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런데 메인 작가님이 어떤 의도로 나를 추천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굉장히 어렵고 카리스마 있는 분인데. 작가님이 나를 좋아하나?

-목소리 연기가 처음인데,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뭔가. =<영화가 좋다>에서 ‘김기리의 이 영화 어때’라는 코너를 맡고 있다. 처음엔 ‘이 영화 어때’였는데 나중에 김기리 이름을 붙여줬다. 어쨌든 그 프로그램을 하면서 큐사인 받고, 언제 대사를 치고, 이런 걸 좀 알게 됐다. 그런데도 어려웠던 건 캐릭터의 입모양과 템포를 맞추는 거였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번역 대본을 좀더 내게 맞게 수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진 못했다. <영화가 좋다> 준비하면서 <출발 비디오 여행>의 김경식 선배 코너를 많이 보고 참고했는데, 김경식 선배가 하는 거 보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싶을 때가 많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김경식 선배는 대본이 나오면 한 시간 정도 일찍 나와서 대본을 자기 입에 맞게 수정한다더라. 그런데 이번엔 영화고, 작가의 의도도 있을 것 같아서 내 취향대로 대본을 못 고치겠더라. 개그할 때도 대본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다.

-함께 목소리 출연한 배우 장광이 성우 출신이라 부담됐겠다. =캐스팅 명단 보고서 깜짝 놀랐다. 내가 계속 실수해서 ‘죄송합니다’ 소리 남발하고 벌벌 떨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을 했다. 게다가 내 대사가 장광 선생님 대사보다 훨씬 많다. 진짜 이거 내가 해도 되는 건가 싶었다.

-영화보는 거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개그콘서트> 때문에 영화 볼 시간도 없겠다. =‘생활의 발견’, ‘불편한 진실’, ‘전국구’ 이렇게 코너를 세개 하고 있다. 다 선배들과 함께하고 있는데, 가끔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계속 회의를 한다. 난 회의에 다 참석했는데 결과적으로 ‘얘는 만날 어디 가 있냐’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면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퇴근을 못한다. KBS 연구동에 혼자 남아서 ‘오늘 내가 왜 욕을 먹은 거지. 내일은 뭘 해야 하지. 내가 뭘 미리 해가면 이런 소릴 안 들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전국구’의 메인이다. 랩할 때 무심한 듯 시크한 표정이 인상적인데 그건 어떻게 탄생했나. =그런 말도 부담스럽다. 이종훈 선배가 같이 코너 짜자고 해서 하게 됐다. 코너에 사용되는 음악은 해군 홍보단에서 알게 된 내 친구가 작곡했다. 해군 홍보단에서 MC 파트였다. 사실 끼가 많은 편이 아니다. 그나마 입으로 하는 건 좀 자신 있다. 노래도 조금, 랩도 조금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몸을 정말 못 쓴다. 표정도 긴장돼서 그렇게 나온 거다. 애초엔 랩하면서 슬쩍 웃기도 하고 여유있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안되더라. 표정은 진지하게 갈 수밖에 없었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연기력과 외모를 평가한다면. =평균 정도 되는 것 같다. 괜히 방송에서 멋있는 역 맡으니까 훈남 소리 해주시는 거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조금 매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가끔 한다. (웃음) 연기력은, 사실 내가 캐릭터 연기를 잘 못한다. 캐릭터가 있지도 않고. 단점을 보완하려고 기본기에 힘쓰다보니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이 일을 생각보다 오래했다. 2004년 말부터 대학로의 개그 극단에 들어갔다. 들어간 극단이 개그 공연장과 연극 공연장 두개를 가지고 있었다. 일단 연극하는 데 가서 조명 좀 보라고 하더라. 그때 조명일 하다가 연기라는 신세계를 알게 됐다.

-개그맨이 일편단심 꿈이 아니었나. =군대 있을 때, 제대하고 내가 개그를 해야 하나, 연기를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그런데 한해에 배출되는 연극영화과 학생만 몇 만명이다. 또 연극배우 형들을 봤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을 잘 알았다. 효도하는 연극배우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개그맨이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개그하면서 효도하자고 생각했다. 부모님을 책임지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면 그때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개그맨 시험 경쟁률도 어마어마한데. =시험은 한번에 붙었다. 대신 개그맨 지망생 시절이 길었다. 그런데 연기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게 조심스럽다. 개그를 발판으로 삼아 예능하고 연기하고 이런 거 개그맨들은 싫어한다. 나도 발판으로 삼으려는 건 절대 아니다. 고민이 많았지만 짐 캐리를 보면서 마음을 달리 먹게 됐다. <이터널 선샤인>에서의 짐 캐리를 보고, 진짜 연기를 잘하면 아무도 뭐라 하진 못하겠구나 싶더라.

-2013년 새해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개그맨 지망생 시절을 같이 보낸 형들이랑 함께 잘됐으면 좋겠다. 또 단역으로라도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다. 비중있는 역은 나도 부담스럽다. 더빙하면서 느낀 게 참 많다. 영화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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