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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두려워하는 몬스터’ <몬스터 호텔>
송경원 2013-01-16

딸바보 드라큘라는 사랑스러운 딸 마비스를 인간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몬스터만이 묵을 수 있는 호텔을 짓는다. 그리고 118년이 지난 현재, 돌아오는 마비스의 118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 미라 등 많은 친구들이 방문하지만 정작 바깥세상에 한번 나가보고 싶은 마비스의 소망은 아빠의 과보호로 번번이 좌절된다. 그때 인간청정구역을 자랑하던 몬스터 호텔에 호기심 많은 청년 조니가 찾아온다. 호텔의 위신이 떨어질 것을 염려한 드라큘라는 조니를 급히 몬스터로 변장시키지만 공교롭게도 조니와 마비스는 서로 첫눈에 반해버린 상태. 엉뚱발랄 조니가 딱딱한 몬스터 호텔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을수록 드라큘라의 고민은 커져만 간다.

‘인간을 두려워하는 몬스터’라는 역발상은 이제 역발상도 아니다. <슈렉> 이후 중소 애니메이션들이 흔하게 차용한 서로의 위치를 반전시키는 설정은 이미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진 상태고 이제 작품의 성패는 소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가공하는가에 달렸다. 이에 <몬스터 호텔>은 참신함이 아니라 철저한 재활용의 전략을 취한다. 지나친 전개의 비약,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 연출 등 완성도의 측면에서 따지자면 감점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대화를 통한 자기 전복적인 웃음코드들은 이를 덮고도 남음이 있다. 기발한 상황보다는 주로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대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웃음은 상황이 익숙할수록 더욱 편안하고 효과적이다. 처음엔 식상해 보이는 캐릭터들도 깨알 같은 대사들이 반복될수록 귀엽고 친근해진다. 주인공이 아니라 다양한 주변인물의 일인다역을 맡은 컬투의 더빙과 개그 코드는 이 영화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전미 박스오피스 1위의 흥행돌풍이 증명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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