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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의 컬처 아일랜드] 세대를, 시대를 초월한 한국영화 ‘보고 싶다’

<스타트렉> 열성팬 ‘트레키’의 일화로 보는 팬덤문화

<스타워즈> 오타쿠들의 기행을 담은 영화 <팬보이즈>.

<스타트렉> 시리즈에 빠져 있는 열광적인 팬들을 일컬어 ‘트레키’라고 부른다. 드라마 <스타트렉>이 <NBC>에 처음 공개된 것이 1966년이었으니, 긴 역사만큼이나 팬덤의 규모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은 미국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에서 <스타트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오마주나 패러디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NASA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스타트렉>을 언급했을 정도다. 이처럼 미 대중문화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다 보니 단순히 팬을 넘어서 트레키 자체가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질 만큼 성장했다. 트레키는 <스타트렉>과 관련된 일에는 워낙 열성적이다 보니 종종 이들만의 기행이 화제가 되곤 한다. 극중 커크 선장의 이름을 따서 개명을 하거나, 법정 배심원으로 뽑힌 한 여성은 <스타트렉>의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화제를 뿌렸다. 오죽하면 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트레키즈>(1997)까지 제작이 되었을까.

얼마 전, 후반작업이 진행 중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속편 <다크니스>와 관련한 감동적인 사연이 소개되었다. 대니얼이란 이름의 트레키는 병원에서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 실의에 빠진 대니얼은 죽기 전 소원으로 <다크니스>의 프롤로그 영상이 보고 싶어 <호빗>이 상영되는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호빗> 상영 전 예고되었던 <다크니스>의 프롤로그 영상은 취소되었다. 대니얼은 크게 실망했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친구가 트위터에 사연을 올렸다. 사연은 삽시간에 트위터에서 퍼져나가 J. J. 에이브럼스 감독에게도 전해졌다. J. J. 에이브럼스는 대니얼과 그의 아내를 초청해 <다크니스>를 보여주기에 이른다. 놀랍게도 그가 보게 된 영상은 프롤로그가 아닌, 후반작업 중인 <다크니스> 전편이었다. J. J. 에이브럼스는 완성작이 아니라 걱정했지만 대니얼은 크게 기뻐했고 관람한 영화에도 대만족을 표했다. 이 사연을 아내가 인터넷에 소개하면서 영화에서나 봄직한 훈훈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 특히 트레키들이 느꼈을 ‘감동의 도가니’는 대단했을 것이다. 열정과 애정을 가진 팬의 마음은 팬이 알아보는 법이니까. J. J. 에이브럼스는 트레키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트레키 중 한명인 버락 오바마를 <뉴욕타임스>에서 ‘버락 스팍’으로 표현했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속편인 <다크니스>.

놀랍게도 실제 이와 유사한 스토리의 영화가 2009년에 제작된 적이 있다. <스타트렉>과는 경쟁관계에 놓인 <스타워즈> 오타쿠들의 기행을 담은 <팬보이즈>이다. 영화의 배경은 <스타워즈> 에피소드1이 개봉되기 전이다. 오매불망 영화 개봉을 기다리던 네명의 절친 오타쿠들 가운데 한명이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친구가 영화 개봉할 때까지 살 수 없게 되자, 이들은 우정을 위해 조지 루카스의 집에 몰래 들어가 필름을 훔치자는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떠난다. <트레키즈>와 마찬가지로 <팬보이즈> 또한 <스타워즈>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을 정도로 팬심으로 똘똘 뭉친 영화다. 팬덤의 규모가 유별나게 크다 보니 관련 영화까지 만들어지고 이런저런 해프닝이 끊이질 않는다. 한국영화도 관객 1천만명을 넘기는 메가히트작도 좋지만, 오랫동안 세대를 초월해 관객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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