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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dget] 게임기를 닮은 청소기

모뉴엘 로봇청소기 모션 컨트롤 클링클링

특징

1. 3축 가속도 센서를 장착해 좀더 자유로운 수동 조작이 리모컨으로 가능해졌다. 자동차 핸들 모양의 리모컨을 별도 구매하면 카레이싱 게임을 하듯 청소를 즐길 수 있다. 이보다 더 생산적인 난폭운전은 없을 듯.

2. 4단계 멀티레이어 먼지 필터로 청소 효과를 극대화하고 필터 내구성을 강화했다. 장난감같이 보여도 맡은 바 책임은 확실히 하는 반전있는 청소기.

<중경삼림>의 양조위는 집 안에 있는 물건들과 대화를 나누곤 했다. 비누를 앞에 두고는 “요즘 점점 야위어가는 것 같아”라고 걱정해주고 젖은 수건에게는 울지 말라며 다독이는 식이다. 당시의 대사를 새삼 돌이켜보면 민망해서 손발이 타들어가는 것 같지만 1990년대 중반에는 저런 게 도시인의 고독이고 ‘간지’나는 슬픔이었다.

만약 <중경삼림>이 2010년대에 만들어졌다면 양조위는 집 안의 어떤 물건과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로봇청소기가 젖은 수건을 밀어내고 대신 캐스팅되진 않았을까? 요즘의 로봇청소기들은 실용적인 기능만을 과시하기보다는 소비자의 흥미를 감성적으로 자극하는 눈치다. 한때 반짝 관심을 끌었던 로봇강아지에 가까워졌다고 할까? 상품화되지는 않았지만 디자이너 김형석은 실제로 강아지 모양의 로봇청소기 아이디어를 내놓은 바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에 로보킹 류승룡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메뉴를 설정할 때마다 장성기(<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류승룡이 맡은 역-편집자)의 음성해설이 곁들여지는 것.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나에게서 물러나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들을 때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청소하다가도 갑자기 기분이 섹시해진다는 주부들의 증언이 이어졌다고 한다.

누군가는 류승룡 청소기만 있고 임수정 청소기는 없는 현실이 불만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모뉴엘의 로봇청소기 모션 컨트롤 클링클링(이하 클링클링)은 그런 남성들을 위한 대안이다. 자동 청소 모드에서 효과적인 먼지 제거가 어려울 때는(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오염이 집중되어 있다거나) 수동 조작을 할 필요가 있다. 이때 리모컨을 사용하게 되는데 버튼으로 조작하는 기존 제품의 경우 전후좌우 이동 정도가 가능했지만, 그에 비해 클링클링은 움직임이 훨씬 자유로워졌고 그만큼 기동성도 향상됐다. 모션 컨트롤 리모컨에 3축 가속도 센서를 장착해 약간 기울이거나 방향을 트는 것만으로도 청소기를 자유롭게 제어하도록 한 것. 만약 이 제품을 좀더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별도 판매되는 자동차 핸들 모양의 리모컨을 구입해야 한다. 가정용 게임기의 그것과 흡사한 디자인이라 쥐고 있으면 꼭 나이에 걸맞지 않은 장난감을 받아든 기분이다. 아무튼 브랜드 관계자의 이론에 따르면 “카레이싱 게임을 하듯 즐겁게 청소를 할 수 있다”고. 과연 소녀시대가 표지에 등장한다고 <신곡>이 좀더 재미있어질까? 뭐, 이와 비슷한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적어도 좀더 견딜 만한 것이 될 수는 있겠다.

재미있는 특징이 도드라진다고 해서 모션 컨트롤 클링클링이 청소기로서의 기본에 소홀한 제품은 아니다. 우선 프리필터, 미세메시필터, 메인필터, 그리고 메시필터까지 4단계 멀티레이어 먼지 필터를 적용해 먼지 제거 성능을 강화하고 필터 내구성을 높인 점이 눈에 띈다. 섀도 청소 모드는 어두운 바닥 공간을 집중적으로 쓸고 닦을 때 유용한 메뉴. 한편 스마트 센서 시스템 등의 충돌 방지 장치는 제품에 부딪혀 가구나 벽지가 손상될 위험을 방지해준다. 청소기 같은 게임기가 아니라 게임기를 닮은 청소기라고 보는 게 맞다. 가격은 34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