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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라는 재능으로 쓰는 일기
장영엽 사진 백종헌 2013-01-29

<보고 싶다>의 김소현

2008 드라마 <전설의 고향-아가야 청산가자> 2009 드라마 <자명고> 2010 영화 <파괴된 사나이>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2011 드라마 <짝패> 2012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드라마 <보고 싶다>

성장통

어떤 계기로 인해 다시는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열다섯살 소녀 김소현은 이러한 성장통의 아련한 이미지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살인자 딸 27번. 아버지가 살인을 저질렀기에 이름으로 불리지도 못했던 <보고 싶다>의 수연은 처음으로 그녀에게 다가와준 친구 정우를 지키려다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는다. 아버지의 야심 때문에 친구의 죽음을 모른 척해야 했던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보경도, 세자빈이 되기 위해 동생에게 못할 짓을 저지르고야 마는 <옥탑방 왕세자>의 화용도 마찬가지다. 극을 본격적으로 이끌어가는 건 성인 연기자들이지만, 이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어야 할 성장통의 감정을 구체화하는 건 종종 김소현의 몫이었고 그녀는 어른 시청자로 하여금 “내가 아역배우 때문에 설레고 아프다니!”라는 탄식을 내뱉게 만들었다.

메소드 연기

<전설의 고향-아가야 청산가자> 편에서 원혼 들린 규수집 아이를 연기할 때만 해도 김소현에게 ‘연기’란 막연하게 재미있는 무엇이었다. “열살 때 뭘 알겠나. 감독님이 ‘눈 떠!’ 하면 뜨고, ‘울어!’ 하면 울고. (웃음)”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 첫 영화 데뷔작 <파괴된 사나이>에 임하는 김소현의 자세는 달랐다. “오디션을 다섯번 봤는데, 그 한달 동안 방에 있을 때마다 불을 끄고, 개그 프로그램도 안 보며 살았다. 혜린이는 8년 동안 어딘가에 감금되는 아이니까.” 캐릭터의 감정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려는 몰입의 노력은 <해품달>이나 <보고 싶다>의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보경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던 <해품달>의 여진구에겐 섭섭한 감정이, 오직 수연이만을 바라봤던 <보고 싶다>의 여진구에겐 설레는 감정이 실제로 들었고 그런 마음이 작품 속에 스며든 것 같다고 말하는 김소현은, 스스로 한번도 그렇게 자신을 표현한 적이 없지만 메소드 연기의 배우다.

<보고 싶다>

TV 속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다고 느낀 적이 있냐고 묻자 <보고 싶다>를 말한다. 열다섯살, 첫사랑, 순수한 이미지. 대본 대신 이 세 가지의 키워드를 받고 작품에 임했지만 정작 <보고 싶다>는 열다섯 사춘기 소녀가 감내하기버거울 법한 감정의 폭을 담고 있는 드라마였다. 예쁘장한 얼굴을 가리고 늘 고개를 푹 숙이고 다녀 네티즌으로부터 ‘사다코’라는 별명을 얻고, ‘끝까지 미쳐주세요’ 라는 대본에 따라 붕대 감은 얼굴로 ‘멘붕’에 이르기까지 소리도 질러보고, 밤샘 촬영을 하면서도 집에 오면 꼬박꼬박 수연이의 일기(주요 소품이었던)를 써나가는 과정을 거치며 김소현은 “내가 배우라고 처음 느끼는”, “선물” 같은 경험을 했다. “지금은 연기를 제외하고는 나의 재능이란 걸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그녀에게서 배우의 얼굴을 본다.

김도훈 PD가 본 김소현

가슴으로 이해하더라

“고전적인 미를 갖추고 있었다. 한복이 잘 어울리는 외모가 눈에 띄었고, 어린 소녀와 성년의 경계선에 선 듯한 외모의 느낌이 좋아 <해품달>에 캐스팅했다. 현장에서 지켜 본 김소현은 이해력이 굉장히 빠른 배우였다. 단지 이성적으로만 이해하는 차원이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감성의 폭이 놀랄 정도로 넓다. 예를 들어 자신의 아버지에게 ‘연우를 죽일 거냐’고 묻는 신이 있었는데, 아버지의 꾸지람 속에서 서서히 보경이 자신의 욕망을 내면화하는 아주 중요한 시퀀스였다. 상황에 대한 기쁨도 슬픔도 아닌, 그렇다고 연우에 대한 연민도 아닌 어떤 미묘한 공포를 바탕으로 자신의 어두운 이면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라 설명하기가 참 힘들었다. 이런저런 예를 들며 배우의 감정을 끌어내려 노력했는데, 내 의도보다 훨씬 잘 표현해내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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