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아프리카의 희망, 그리고 자유의 상징 <아기 기린 자라파>
윤혜지 2013-02-06

자유주의가 꽃피기 시작하던 19세기 전반에도 유럽의 한편에서는 여전히 야만적인 노예무역이 성행하고 있었다. 당시 아프리카는 유럽인들에겐 낯선 땅이었다. 1825년, 오스만 제국의 이집트 총독 무하마드 알리는 프랑스 샤를 10세의 즉위를 축하하는 의미로 아기 기린 ‘자라파’를 선물했다. 자라파는 프랑스 땅을 밟은 최초의 기린이었다. <아기 기린 자라파>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커다란 나무 아래서 한 노인이 마을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래전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 프랑스인 노예 판매상은 수단의 아이들을 노예로 팔기 위해 붙잡아두고, 소년 마키(맥스 레나우딘)는 야음을 틈타 도망치다가 기린 무리와 만난다. 마키는 아기 기린 자라파와 친구가 되고, 마키를 뒤쫓은 노예 판매상의 총을 맞고 엄마 기린이 목숨을 잃는다. 지나가던 아랍인 핫산(시몬 압카리언)은 위기에 몰린 마키를 구해주고 오갈 데 없는 마키를 돌본다. 핫산은 터키 군대로부터 이집트를 구하기 위해 프랑스 왕에게 자라파를 선물하기로 한다. 핫산과 마키, 자라파는 가까스로 프랑스에 도착하지만 프랑스 왕은 자라파만 받고 이집트의 위기를 모른 척한다. 이집트로 돌아갈 수 없게 된 핫산과 마키, 자라파는 파리 곳곳으로 흩어지지만 마키는 자라파와 고향에 가기로 했던 약속을 포기하지 않는다.

셀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제작된 <아기 기린 자라파>는 요즘 보기 드문 ‘눈이 편안한’ 애니메이션이다. 직접 손으로 그려낸 아프리카와 이집트, 프랑스의 풍광들은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멋이 있고, 느릿하게 전환되는 화면들은 관객이 능동적으로 서사에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한다. 단조로운 서사에 담긴 풍자는 단순한 만큼 명쾌하다. 프랑스인들의 안락한 생활을 뒷받침하는 것은 흑인 노예의 노동력이며, 아프리카는 노예 공급뿐 아니라 유럽인들의 지적 호기심과 모험심도 충족시켜주는 미지의 땅이다. 반면 프랑스인과도, 아랍인과도, 동물과도 쉽게 친구가 되는 마키는 아프리카의 희망이자 자유의 상징이다. <아기 기린 자라파>는 서사가 단조로운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 관객이 선택하기에도 최적의 작품이다. 아이들에게 유럽 역사의 흐름과 자유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알려주기에도 좋을 듯싶다. 화려한 기술로 점철된 그래픽의 압박에 지친 관객을 보듬어줄 힐링애니메이션 <아기 기린 자라파>는 제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85회 아카데미, 제36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경쟁부문에 출품된 바 있다. 감독 장 클리스토페 리에는 전작 단편 <더 맨 이즈 더 블루 고디니>로 제33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단편부문 주니어심사위원상과 장 뤽 시베라 신인작품상을 수상했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