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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설날, 배우, 장르의 합작품

750만을 넘어 1천만 고지로 질주 중인 <7번방의 선물>은 어떻게 흥행 대박을 만들었나

<7번방의 선물>

지난 1월23일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이 개봉 4주차인 2월14일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750만 관객을 넘어섰다. 1천만 고지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낮았던 기대치에 비하면 놀라운 성적이라고 영화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적은 예산에 이렇다 할 스타 배우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낸 예상 밖의 결과라 더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두편의 1천만 영화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마케팅한 ‘퍼스트룩’의 이윤정 대표는 <7번방의 선물>이 1천만 관객을 넘긴다는 가정하에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서 1천만 관객을 넘었던 영화는 스타 파워가 있는 감독이나 배우들의 작품이거나 규모가 큰 대작이 대부분이었다. <7번방의 선물>은 그런 경우들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성적이 놀랍다. 지난해 1천만명을 넘긴 <도둑들>이나 <광해, 왕이 된 남자>와는 다른 행보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명절 입소문의 힘

<7번방의 선물>의 흥행 요인 중 첫손가락에 꼽히는 건, 역시 적절한 개봉 시기다. 전반적으로 최근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호감도가 워낙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개봉했고 <베를린>이라는 대작과 한주를 사이에 두고 경쟁 구도에 있었음에도 오히려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덕에 관객을 나눠 갖지 않고 서로 윈윈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7번방의 선물>의 마케팅 총괄을 맡고 있는 NEW의 박준경 부장은 말한다.“처음부터 관객층이 넓어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800여개 스크린으로 시작했는데 좌석점유율이 높다보니 2주차에도 스크린 수가 흔들림 없이 유지됐다. 특히 설이 되면서 가족이 보기에 좋은 영화로 입소문이 나서 스크린 수도 크게 떨어지지 않고 유지한 것이다.”

말하자면 설 연휴가 포인트였다. CJE&M의 이창현 홍보팀장은 설 연휴 직전에 <7번방의 선물>이 <베를린>을 누르고 예매율 1위로 다시 올라선 것을 지적한다. “명절 성수기 때는 가족영화가 좀더 부각되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7번방의 선물>쪽으로 기대감이 기울었던 것 같고 예매율이 기울게 되니 현장에서도 그 영향을 이어받은 면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100만명이 봤을 때의 입소문과 300만명이 봤을 때의 입소문은 다른 것인데, 그 탄력을 받은 시점이 때마침 설 연휴라는 점이 중요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도 추석 연휴를 맞아 입소문이 탄력을 받으면서 좋은 성적을 낸 경우였다. 이 경우는 평소 연인이나 친구끼리 볼 때와 입소문이 퍼져나가는 속도부터가 다르다. 그런 면에서 가족영화로 어필한 점이 효과적이었다”(이윤정 퍼스트룩 대표)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처음부터 일반 관객을 상대로 했던 사전 시사에서 호응도가 높았던 이 영화가 설 연휴 직전 2주간 호조를 유지하다가 설 연휴를 맞아 본격적으로 터졌다는 뜻이다.

주목할 만한 건 이 영화의 개봉 시기를 흥행 요인 중 하나로 꼽는 이들의 말 속에서 ‘가족영화’라는 용어가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7번방의 선물>은 지적장애를 지닌 아빠(류승룡)와 그의 귀엽고 똑똑한 어린 딸이 주인공이다. 아빠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자 그와 같은 감방에 있는 재소자들이 힘을 모아 딸을 감옥으로 데려와 함께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이 내용은 오로지 착하고 유머러스하고 행복한 가족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고 있는데 그 점이 크게 부각됐다는 것이다.

흥행 일등 공신은 류승룡과 아역배우

<7번방의 선물>을 폭넓은 가족영화로 만든 일등 공신으로는 일단 류승룡 효과가 꼽힌다. 류승룡이라는 주연배우와 용구라는 주인공의 호감도를 높이는 예고편이 처음부터 큰 몫을 했다. “관객에게 사전에 어떤 식으로 부각시키면 좋을까 고민했다. 배우 류승룡의 호감도, 그리고 웃음과 눈물이라는 요소를 강조하기로 했다. 1차 예고편 클릭 수가 20만건 이상이 되면서 배우들의 호감도와 설정에 호응이 올 거라는 걸 알게 됐다.”(NEW 박준경 부장) 스타 배우는 아니지만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등을 통해 인지도를 넓힌 류승룡의 호감도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아역배우의 호소력있는 연기가 관객의 마음을 파고들었다는 의견이다. 그리고 이건 최근 등장하고 있는 가족영화들의 유형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과속스캔들>도 <박수건달>도 아역배우가 나오고 이 아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가 곧 가족영화로 받아들여지면서 관객이 많이 찾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지적한다. 그러고 보면 최근에는 가족 또는 유사가족을 중심으로 하되 아이가 등장하여 호소력을 발휘하는 영화들이 대체로 환영받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7번방의 선물> 역시 아역배우의 몫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최근 극장을 찾는 관객층의 추이 변화에도 시선을 돌려야 할 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에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는 40대 관객이 증가하여 20대 관객의 예매율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2012년에 처음으로 40대 관객이 25.8%의 예매율로 30대에 이어 두 번째 큰 손님이 됐고 그로써 20.1%의 20대 예매율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부모 세대가 적극적으로 움직였을 거라는 가설도 이 때문에 생긴다.

이것은 <7번방의 선물>의 관객층에 주부들이 가세했을 거라는 의견과도 연관이 있다. “좌석점유율 면에서 보면 <7번방의 선물>은 지방, 10대 그리고 40대에서 강세다. 특이한 건 <7번방의 선물>의 경우 평일 낮시간대에 좌석점유율이 높다는 거다. 주부들의 관람 비율이 높은 것 같다.”(CJE&M 이창현 홍보팀장) 이 점은 <7번방의 선물> 관계자 역시 공감한다. “그렇다. 아침 시간대부터 좌석점유율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물론 그걸 주부층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여하튼 조조 관람을 채우는 관객은 대체로 주부층이므로 그런 분석도 가능하다”(NEW 박준경 부장)는 것이다. 폭넓은 관객층의 마음을 잡는가 하면 주부들을 극장으로 모으기도 하면서 여러모로 가족영화로서 흥행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가족영화 시장의 형성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7번방의 선물>을 기점으로 가족영화 흥행 현상을 좀더 넓은 시각으로 볼 것을 제안하며 한국 대중영화에 대한 일종의 변화 지점을 짚어준다. 결론 대신 이 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과연 <7번방의 선물>의 흥행을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까 반문해보아야 한다. 실은 그런 영화들이 꾸준히 흥행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아직도 그걸 너무 예외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핵심은 뭘까. 할리우드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가족영화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속스캔들> <헬로우 고스트>의 흥행이 그걸 입증해준다. 이런 현상이 최근 몇년째 이어지고 있다. 감동과 웃음을 적절히 섞은 이 가족영화들이 적절한 배급 시점을 맞으면 터지는 거다. 그 점에서 <7번방의 선물>의 흥행도 특이한 예외라기보다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영화하는 사람들조차도 기본적으로 선입견이 있어서 마땅한 스타 배우가 없으면 그 영화가 주목을 모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스타가 없어도 흥행할 수 있는 영화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7번방의 선물>은 그사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영화 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신종 가족영화의 전형으로서 지금 그렇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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