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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이 뜨는 날 <헨젤과 그레텔: 마녀사냥꾼>
장영엽 2013-02-20

동화를 영화화하려는 감독들의 머릿속에는 크게 두 가지 생각이 들어앉아 있을 것이다. 원작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잘 풀어낼 재간이 있거나, 혹은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어떤 영화적 요소들을 원작에서 발견했거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영화화한 노르웨이 감독 토미 위르콜라는 후자인 것 같다. 그의 전작 <데드 스노우>가 그랬듯, 기묘하게 비틀린 유머와 신체 훼손이 난무하는 혈투 연출이 장기인 위르콜라는 <헨젤과 그레텔>의 가련한 두 남매로부터 그가 찾고 있던 액션활극 전사의 얼굴을 본 듯하다. <헨젤과 그레텔: 마녀사냥꾼>에서 우리가 목도할 수 있는 건 장총을 든 근육질의 오빠 헨젤(제레미 레너)과 가죽 코르셋을 질끈 동여매고 날카로운 칼로 마녀를 난자하는 동생 그레텔(제마 아터턴)이다. 다시 말해 마녀와의 나쁜 추억이 있다는 것 이외에 이들과 원작 캐릭터의 공통점은 거의 없다.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으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이 영화의 제목은 <마녀사냥꾼>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버림받은 유년기의 상처와 기괴하게 아름다운 사탕의 집에서의 결투를 가볍게 건너뛰고, 영화는 아이 유괴 사건으로 흉흉한 마을에 고용된 마녀사냥꾼 헨젤과 그레텔의 뒤를 쫓는다. 남매는 유괴 사건이 붉은 달이 뜨는 날 열리는 마녀들의 대집회와 관련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스팀펑크물’을 지향했다는 감독의 의도답게, <헨젤과 그레텔: 마녀사냥꾼>은 중세적인 외양에 현대의 기술을 접목한 신종 무기들의 향연이자 마녀의 탈을 쓴 각종 괴수들에 대한 살육전이다. 호러와 액션의 우물을 뚝심있게 판다는 점이 미덕이라면, 섬세하지 못한 이야기 구조와 허술한 각색은 단점이다. 원작의 팬들보다는 B급 장르물을 즐기는 영화팬들에게 솔깃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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