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Close up
[클로즈 업] 내 몸이 허락할 때까지, 액션 찍겠다
주성철 사진 백종헌 2013-02-26

<차이니즈 조디악> 성룡

성룡이 돌아왔다. <대병소장>(2010), <베스트 키드>(2010) 이후 감독까지 겸한 <신해혁명>(2011)이 개봉을 하지 않았기에 명절마다 그를 만났던 한국 관객으로서는 꽤 긴 공백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가 돌아온 것처럼, 그리고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이 돌아온 것처럼, <용형호제> 시리즈의 ‘재키’도 다시 씩씩하게 돌아왔다. 국보급 보물을 도난당한 지 150여년이 흐른 현재, 전세계 경매장에서 고액으로 거래되는 12개의 청동상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모험가이자 보물 사냥꾼 JC(성룡)와 그의 파트너 사이먼(권상우)이 고용된다. 세계 각지를 돌며 모험하는 ‘보물 사냥꾼’으로의 복귀는 <용형호제2>(1990)로부터 무려 23년 만이다. 그리고 성룡이 온전히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내한한 것은 <뉴 폴리스 스토리>(2004) 이후 8년 만이다. 우리가 성룡 형님을 잊어도 너무 잊고 살았다.

-<용형호제> 시리즈의 3번째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그 제목을 쓰지 못했다. =<프로젝트A> <폴리스 스토리>와 더불어 <용형호제>는 내가 무척 애착을 가진 시리즈물이다. 다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2004년부터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제작사와 예산 조율 문제로 제작이 중단됐고, 이후 사재를 털어서라도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1년 반 동안 촬영해 완성했다. 그러니까 제작기간만 7년이고 총제작비가 1천억원 들어갔다. 매번 사람들이 언제 완성되냐고, 진짜 만드는 것 맞냐고 물을 때마다 ‘기다려, 기다려’ 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이번 영화에서 감독, 배우, 시나리오작가는 물론 제작 등 15개 역할을 수행했다. 그만큼 꼭 만들고 싶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용형호제> 판권이 워너브러더스에 넘어가 있어서 그 제목을 쓸 수 없었다.

-JC가 찾아 헤매는 12지신 상은 어떻게 떠올린 아이디어인가. =그 12지신 상은 실제 중국 청나라 때 황실 원명원에서 도난당한 보물이다. 우연히 2000년 홍콩 경매시장에서 12지신 상이 거래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문화재 반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예전 <용형호제> 시리즈에 비하면 이번에는 좋은 일을 많이 한다. 그래서 중국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한 것 같다. (웃음)

-권상우에 대해 얘기해준다면. =권상우는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캐스팅이 됐다. 권상우가 영화 촬영차 중국에 있을 때 드라마나 광고 협력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그때마다 아낌없는 조언을 해줬다.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는 역시 중국어 소화가 가장 큰 일이었다. 그건 뭐 처음부터 어쩔 수 없이 예상했던 일이고, 무엇보다 액션연기를 잘 소화해냈다. 촬영 중 발목 부상을 입었는데도 스턴트맨 없이 직접 액션을 소화했다. 촬영이 끝나자 구석으로 가서 발목을 잡으며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

-이제는 인터뷰에서 액션 배우로서 나이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액션 강도가 약해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다른 액션 스타들이 한순간 영화에서 사라지는 걸 보면서, 나 또한 어느 순간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액션 스타가 아니라 한명의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액션뿐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당시 그런 의도가 가장 깊게 반영된 작품이 <신주쿠 사건>(2009)이었고, 그전의 <BB 프로젝트>(2006)와 그 이후의 <대병소장>과 <베스트 키드>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성격이 하나같이 다르고 내 캐릭터 또한 다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마지막 NG 장면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는다. =매번 이게 마지막 액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실제로 해외를 돌아다니며 이 정도 규모의 큰 스케일의 액션영화를 만드는 것은 <차이니즈 조디악>이 마지막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액션 장면은 내 몸이 허락할 때까지 찍고 싶다. 최근 <대병소장>의 정성 감독과 함께한 <폴리스 스토리 2013> 촬영을 끝냈다. 지금 내 머리카락이 짧은 게 바로 그 작품 때문이다. 영화는 굉장히 ‘헤비’하다. 매우 만족스럽다.

-중국 본토에서 작업한 <신해혁명>(2011)을 보면서 이제 완전히 홍콩을 떠나는 것 아닌가 싶어 아쉬웠다. 과거 <뉴 폴리스 스토리>에서 상대역이었던 양채니가 얼굴에 큰 상처가 있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던 기억이 난다.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는 현대 홍콩에 대한 내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뉴 폴리스 스토리>로 끝난 것이 절대 아니다! 당시 양채니의 상처 입은 얼굴은 경찰인 나와 오래도록 사귀다가 얻은 상처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었다. 사실 나는 특수분장을 세게 해서 얼굴 한쪽을 완전히 찌그러트리고 싶었다. 하지만 양채니의 소속사에서 반대했고 그녀 역시 두려워했다. 배우의 희생에 대한 교감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영화를 보더니 양채니가 후회하더라. 내 말을 들었으면 됐는데. (웃음)

-그럼 <폴리스 스토리 2013>의 여배우는 누군가. =비밀이다. (웃음) 현재로서 얘기할 수 있는 건 내가 인질로 잡히기도 하면서, 홍콩 경찰로서 고뇌하는 장면이 있다. 돌이켜보면 나의 평소 생활 자체가 경찰 같은 삶을 사는 것 같다. 잘못된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늘 훈계를 늘어놓는다. (웃음)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비결은 뭔가. =정말 매일 치열하게 고민한다. 자, 지금 내가 서울에 와서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들을 본다. 그 외관을 보면서 와이어를 어떻게 설치해서 여기서 저기로 어떻게 움직이면 되겠다, 계속 그런 생각만 한다. 사소한 물건 하나만 봐도 어떻게 써먹을까를 긴 시간을 두고 고민한다. 액션영화는 아무리 기를 써도 1년에 한편 찍을까 말까다. 물론 나는 늙어가지만, 시간은 언제나 충분하다. (웃음)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