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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되고 싶은 메이킹 필름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주성철 2013-02-27

언제나 발견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된다. 이재용 감독은 스마트폰 프로모션을 위한 단편영화 연출 의뢰를 받으면서, 감독이 현장에 가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찍는 것도 가능하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결국 감독의 감언이설에 애꿎은 배우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들이 맞닥뜨린 것은 이 감독이 사상 최초로 인터넷을 이용해 원격 연출 영화를 찍겠다며 할리우드로 홀연히 떠났다는 것. 실제로 그가 인터넷 화상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자 배우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한다.

이재용 감독의 전작 <여배우들>(2009)이 패션잡지 특집 화보 촬영을 위해 모인 여섯 여배우들의 팽팽한 기싸움이었다면,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이하 <뒷담화>)는 그보다 더 많은 14명의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자와 스탭, 그리고 기자들까지 뒤엉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두 작품 모두 현장의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훔쳐보는 재미가 큰데, <뒷담화>는 거기서 더 나아가 여러 명의 감독이 투입되어 보다 중층적인 이야기를 만든다. 말하자면 모니터 속 이재용 감독은 맥거핀에 가깝다. 이준익 감독처럼 실제 감독도 있지만 제작자는 물론 배우들까지 사실상 다 감독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이 영화의 제목은 <여배우들>에 이은 속편 <감독들>이라 부르는 게 더 적당하다.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그 세계 안에서 ‘A는 B의 아바타’가 되고, 또 ‘B를 자세히 봤더니, 알고보니 C였더라’라는 혼란스러움이 친밀함의 다른 이름으로 찾아온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고, 또한 누군가가 훔쳐볼 것을 가정한 상태에서 독백을 써내려가는 SNS 시대의 영화 문법이랄까, 이재용 감독은 배우들을 통한 환상적인 실험을 계속한다. <뒷담화>를 영화가 되고 싶은 메이킹 필름이라 부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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