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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알코올 중독자의 고백담 <플라이트>
이주현 2013-02-27

애틀랜타행 비행이 있던 날 아침, 윕 휘태커(덴젤 워싱턴)는 전날의 숙취를 코카인으로 간단히 날려버린 뒤 항공기 조종석에 앉는다. 베테랑 조종사 윕은 폭우에도 여유롭다. 난기류를 뚫고 사우스젯 227 항공기를 이륙시킨 그는 승무원 음료서비스칸으로 가 오렌지주스에 미니 보드카 두병을 섞어 음주비행을 감행한다. 그리고 몇분 뒤, 기체의 결함이 발견돼 항공기가 손쓸 도리 없이 추락한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에서 윕은 배면비행을 시도해 추락속도를 떨어뜨리고 들판에 불시착하는 데 성공한다. 102명의 승객과 4명의 승무원 중 살아남은 자는 98명. 기적과도 같은 비행으로 승객 다수의 목숨을 살린 윕을 언론은 영웅으로 치켜세운다. 윕 역시 자신이 충분히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고, 항공사 노조 역시 변호사까지 붙여 상황을 윕에게 유리하게 만들려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윕은 자신의 음주•마약 사실이 까발려질까 노심초사다.

<플라이트>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캐스트 어웨이> 이후 12년 만에 선보이는 실사영화다. 재난영화의 모양새를 띠며 시작하는 영화는 결국 어느 알코올 중독자의 고백담으로 마무리된다. 윕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진실을 함구한 채 영웅으로 살아갈 것인지, 진실을 고백하고 감옥에서 썩어지낼 것인지, 혹은 그 모든 것으로부터 도피할 것인지. 열쇠는 윕 자신이 쥐고 있다. <플라이트>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덴젤 워싱턴의 연기는 윕의 딜레마에 무게감을 더하기에 충분하다. 괴짜 마약상으로 출연한 존 굿맨의 원맨쇼도 재밌다. 무엇보다도 <플라이트>는 노장 감독의 연륜과 여유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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